에세이<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의 결혼생활 엿보기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는,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가 결혼 2년째 되어가는 가을에서 3년째 되어가는 가을까지 약 1여 년 간의 신혼생활을 고백한 에세이다. 물론, 이 에세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결혼생활 중 극히 일부이지만, 어쨌든 서른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결혼에 대해, 그리고 결혼 후의 생활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됐다.


단편 에세이들인데다, 저자 특유의 간결한 문체가 읽기 쉽지만 그래서 메시지의 전달력이 강했다. (지금도 동일한 마음가짐일지는 모르겠으나)저자가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확연히 느껴졌다. 애증이 오가는 관계인 듯 보여지지만, 주말에만은 남편과 '들러붙어'있는 즐거움이 책 가득히 배어있다. '모든 일이 주말에 벌어지기 때문이다. 결혼한 후, 나의 에너지는 거의 주말에 소모된다. 주말은 특별하다. 아침에 남편과 함께 신문을 사러 편의점에 가는 것까지도 기쁘다. - 39쪽' 이렇게 즐거운 들러붙음 속에서 매일이 주말 같았으면, 하는 바람도 했던 그녀. 하지만 그녀는 주말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사색한다. '늘 주말 같은 인생이면 좋을 텐데,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 있다. 하루하루가 주말 같다면 우리는 보나마나 산산이 조각나리라는 것을. - 41쪽'


다양한 풍경과 시간들 위에서도 그녀는 사색을 잃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나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부분은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다.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생각해 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 63, 64쪽'


저자와 남편은 취향이 '전혀 다르다'고 한다. 좋아하는 음악과 음식, 영화와 책, 심지어 그 외 취미 면에서도 일치하는 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상관 없다고 생각해왔고, 오히려 다른 편이 건전하다고 생각하는 그녀다. 그럼에도 '그래도 가끔은 같으면 좋았을 텐데'하고 생각한다고…. 나는 여지껏 나와 만나는 상대의 많은 면들이 나와 비슷하기를 바랐다. 그래야 편하다고 생각했고, 공감대가 높아져 더 많이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나는 늘, 취미나 세계관이 비슷하다고 판단된 사람들과의 만남이 더 좋았다. 지금까지는 그래왔고, 당분간은 또 그러한 만남을 원할 듯 하다. 늘 비슷한 사람을 원했던 내가 가졌던 불만 중 하나는 '서로가 너무 잘 알기에 마음을 쉽게 들켜버린다는 것과 그래서 대화가 오히려 줄어들 때도 많았다'는 것이다. 어떤 게 정답일까. 실은, 관계에 있어 정답은 없지만, 많은 기혼자(선배)들은 다르고 부족한 것이 인간이기에 그것을 채워가며 살아가는 것이 결혼의 재미일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직도 나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지만, 향후의 생각은 어떻게 바뀌게 될지 모르겠다.


'인생이란 어디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언제 헤어지게 되더라도, 헤어진 후에 남편의 기억에 남아 있는 풍경 속의 내가 다소나마 좋은 인상이기를, 하고 생각한 것이다. - 65쪽'


그렇다! 앞날은 어떻게 변화될지 그 누구도 감히 예측할 수 없다. 좋은 관계라는 건, 늘, 지금 상대에게 충실하여 훗날 '좋은 풍경으로 기억'될 수 있는 것 정도가 아닐까.


책의 모든 면이 지금까지 적었던 것처럼 낭만적인 면만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결혼은 현실이다. 그녀는 결혼을 'struggle'이라 표현했다. '만신창이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상처도 마르니, 일일이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아무튼 들러붙어 자는 것이 바람 역할을 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과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 것. 몇 번이고 되풀이해 듣는 음악이 또 바람이 되어준다. 그런 소박한 일들에서 위안을 얻지 못하면 도저히 사랑은 관철할 수 없다. - 74쪽에서' 그녀 나름대로 생활에서 고충을 겪을 때 이겨내는 방법이다. '현실의 결혼'은 상당 부분 의존적이고 때로는 어른을 어리광쟁이로 만들어버린다. 저자는, 결혼생활은 '의존적'이라고 말한다. 결혼의 세계에 들어서면서 혼자일 때보다 '색깔이 더해'졌고, 그것들이 의존에서 비롯된다고 말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남편에게 의존하고, 남편 또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저자에게 의존한다. 가령, '나는 남편과 있을 때는 무거운 것을 절대로 들지 않는다. 무거운 것은 남편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밤길은 같이 걸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안에 벌레가 들어오면 잡아줘야 하고, 때로 사치스런 초콜릿을 사다주면 좋겠고, 무서운 꿈을 꾸면 안심시켜주기를 바란다. - 119쪽'


이렇게, 타인의 결혼생활 일부를 읽으면서도 다양한 사사로운 감정들과 태도, 행위를 엿볼 수 있었다. 왠지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확실히 늘 함께하는 타인과의 규칙적이지만 때로는 변수가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확실히' 들었다. 결혼에서는 신뢰와 안심, 이 감정을 빼놓을 수 없다. 적어도 내가 한 남자를 믿고, 그럼에서 안심을 찾을 수 있을 때,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상대의 다름을 온전히 인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결혼의 조건(들 중 일부)을 갖췄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것이 완성되는 순간은 죽을 때까지 없겠지만, 결혼에 대해 어느정도 인지를 하게되는 요즘. 애써(?) 이러한 결혼생활 책을 뒤적거리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은 재미있다. 어차피 완성되지 못할 나의 결혼관이기에 결혼 후의 '충돌'을 염두에 둬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있다.


에쿠니 가오리. 물론, 에세이에서 보여준 생활이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결혼생활을 보여줌으로써, 나는 결혼수업을 듣게 된 셈이다.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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