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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 리뷰

스타들이 직접 밝힌 영화산업의 성차별

오는 31일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를 시사회로 먼저 만나봤다. 이 영화는 43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을 거머쥐며 최고의 화제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먼 인 할리우드>는 188편의 블록버스터와 할리우드 미디어 산업 종사자 96명과의 인터뷰, 데이터를 통해 할리우드 미디어 산업 안팎에 만연한 성차별, 여성의 기회 불균형 등을 밝힌 다큐멘터리영화다.


전설적인 배우로 손꼽히는 메릴 스트립과 <델마와 루이스> 등의 화제작들에 출연한 지나 데이비스는 수십년 간 미디어 산업 속에서 고용 불평등을 느껴왔다고 고백한다.



한편,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해왔던 나탈리 포트만과 클레이 모레츠는 배우가 아닌 '여배우'로서의 불합리함을 느껴왔다고 한다.



그렇다. 할리우드 미디어 산업에 있어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80%를 웃돈다. 제작자, 감독, 작가, 평론가, 배우에 이르기까지의 직업군을 막론한다. 감독의 경우 여성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0.5%에 불과하다. 심지어 애니메이션에서도 남성 캐릭터가 여성 캐릭터보다 2배 이상 스크린을 점유하고, 목소리 캐스팅에 있어서도 남자가 월등하다. 뿐만 아니다. 여성 캐릭터의 노출 또한 남성보다 많다.


결론은 아이들의 사고 형성과 미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디어가 남성우월주의, 남성선호사상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 주변부 인물일 뿐이며, 예뻐야 하고 노출을 더 많이 해야만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세상에 발 딛고 선 남녀의 비율은 반반인데 미디어는 이 점을 왜곡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의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바로 권력과 돈을 지닌 투자, 제작자가 남성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로 하여금 젠더의 역할은 세습된다. <우먼 인 할리우드> 속 스타들은 '윗선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정작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산업 구조와 결과물은 바뀌지 않았다.


영화는 '벡텔 월리스 테스트'를 통해 여성 캐릭터가 미디어 속에서 얼마나 등한시되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테스트는 작품의 한 장면 속에서 여성 캐릭터가 둘 이상 나오는지, 그 캐릭터가 서로 대화를 하는지, 그들의 대화 내용이 남성과 관련된 것이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예술영화관을 운영하는 엘렌 테일레는 고백했다. 벡텔 월리스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들에 A 마크가 새겨진 스티커를 부착했는데, 통과작들은 몇 개 되지 않았다.


한편, 지나 데이비스는 의미 있는 실천을 감행했다. 그녀는 '지나 데이비스 미디어 젠더 연구소'를 설립해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한 결과를 세상에 내놓았다. 관념적으로 '문제없는 미디어'는 실제로는 '문제가 많았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보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행동에 옮긴 남성이 있다. 바로 FX의 CEO다. 그는 젠더를 떠나 능력 있는 사람을 끌어 모은 끝에 50개의 에미상 후보에 작품을 올리는 등 좋은 결실을 거머쥐었다.



<우먼 인 할리우드>가 힘주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남성 중심적인 미디어가 바뀌어야 세상이 변한다는 것이다. 능력이 있어도 천장의 벽을 뚫지 못해 낙담하고 마는 여성들이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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