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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윤희에게> 리뷰,
더 이상 외롭지 않아

<윤희에게>는 주변을 외롭게 만드는 동시에 알고 보면 가장 외로운 사람 '윤희(김희애)'의 삶을 말하는 영화다.



이혼 후 딸 '새봄(김소혜)'과 함께 살아가는 윤희는 말 못할 비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새봄은 다정한 편은 아니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윤희의 외로움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딸이다.


어느 날 새봄은 윤희가 궁금해진다. 삼촌과 아빠를 찾아가 윤희가 어떤 사람인지 묻기 시작한다. 새봄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윤희에게 온 편지 때문이다.



편지의 발신처는 일본이다. 그래서 새봄은 윤희에게 일본(편지의 발신처) 여행을 제안한다. 그렇게 모녀의 여행기가 시작된다.


모녀의 관계(거리)는 여행길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윤희와 새봄은 손을 마주잡거나 팔짱을 끼지 않는다. 살가운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새봄의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 어느 딸들보다 훌륭하다. 남들과 다른 엄마를 '인정'하는 딸이기 때문이다.



새봄이 기획한 일본 여행의 목적은 '윤희의 첫사랑 찾기'이다. 윤희의 첫사랑 상대는 '쥰(나카무라 유코)' 역시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 채 윤희와 같은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윤희와 쥰의 재회는 소란스럽지 않다. 조용한 시골마을의 설원과 어울리는 두 여성의 만남은 그 어떤 재회보다 묵직한 울림이 있다.


재회 이후에도 두 사람의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아니, 달라질 수 없다. 하지만 윤희의 삶은 더 활기차 보인다. 원치 않던 삶을 살아오던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향한 윤희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그녀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곁에서 늘 함께 해주는 소중한 딸이 있으니까.



<윤희에게>는 퀴어영화이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캐릭터를 향한 담담한 시선과 담백한 연출 덕분이다. 동성애는 죄가 아니다. 영화는 가장 외로운 한 사람의 삶을 통해 타인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성숙한 태도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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