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법의 이유>,
영화로 쉽게 풀어낸 법 이야기

<법의 이유>는 접근하기 어려운 법이라는 분야를 대중에게 익숙한 영화를 통해 풀어낸 책이다. 책의 표지에 쓰여있는 '영화로 이해하는 시민의 교양'은 이 책의 특징을 잘 반영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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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숙명여대 K-MOOK에서 8년 간 우수 평가를 받은 강의의 내용을 정리해냈다. 사회의 약속이기도 한 법은 알고 있으면 실생활에 도움이 된다. 특히 <법의 이유>에서 소개되는 법들은 법의 이념과 정신에 관한, 즉 '기초적인 법'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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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법의 근저에는 그렇게 제정되고 운영되어야 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인간의 존엄한 삶을 가능하게 하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겠다는 숭고한 법의 이념이 깔려 있습니다.'


책에서 소개되는 법들은 뉴스에서 등장하는 극심한 범법들이 아닌 것들이기에 우리도 무의식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것들이다. '편견은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습니다. 편견을 내버려 두었다가는 언제 그것이 혐오 표현이 되고, 차별이 되고, 범죄가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목차는 크게 '1부 국가와 형벌' '2부 권리와 자유'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 아래에서 6개의 장이 펼쳐진다. 1부에는 국민참여재판, 법률가 집단, 형사 절차, 형벌, 사형제도, 역사 부정죄 등 6장이, 2부에는 민사소송, 계약법, 법 규제의 딜레마, 노동법, 장애인의 권리와 법, 편견과 혐오표현 등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형벌과 민사소송 등 법의 기본적인 개념은 물론, 계약법 및 노동법 등 많은 국민들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것들에 대해 이해하기 설명되어 있다.


이들 중 '노동법' 장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책의 특징을 정리해보려 한다.


'최근에는 노동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요. <인생 추적자 이재구>, <특별 근로감독관 조장풍> 등이 그 예입니다. 각각 산업재해 문제를 파고드는 공인노무사와 노동 현장에서의 갑질 문제를 적발해 내는 근로감독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죠. <닥터탐정>, <청일전자 미쓰리>, <미생>, <직장의 신> 같은 드라마도 노동문제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로 분류될 수 있을 겁니다.' - p. 227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는 영화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지영 감독의 <카트>(2014)는 아주 특별한 영화입니다. 상업 영화로 분류될 수 있지만 노동조합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거든요.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싸워 나가는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그려내고 있어서, 왜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하고 노동조합을 통해 권리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지가 아주 설득력 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 p. 228


하나의 법을 설명하기 위해 그것을 잘 반영하고 있는 영화 한 편을 선택해, 법명의 개념에서부터 독자들이 알아야 할 이야기들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법의 이유>의 전개 방식이다.


[법의 개념 정리]

'노동법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노동'과 '근로'의 뜻을 비교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한자로 근로(勤勞)는 부지런히 일을 한다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근로자는 부지런히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계약에 따라 정해진 일을 하고 그에 걸맞은 정당한 임금을 받는 사람일 뿐입니다. (...) 노동勞動이라는 용어는 사전적인 의미로도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몸을 움직여 일을 함"이라고 되어 있으니 용어로도 훨씬 더 적절해 보입니다. 그래서 근로/근로자보다는 노동/노동자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 p. 229


[영화 소개]

'<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2007년 홈에버라는 대형 할인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700여 명을 해고합니다. (...) 영화에서는 해고 통지를 받은 노동자들이 한 허름한 식당에서 대책 회의를 하는데, 혜미와 순례는 그 자리에서 바로 노동조합 가입 신청서를 돌립니다. 그리고 곧 회사를 그만둘 거라는 미진을 제외하고 전원이 신청서에 지장을 찍습니다. 미진도 결국 그 다음날 노조에 가입하게 되고요.' - p. 230~231


[영화와 현실의 비교]

'그런데 현실에서는 노동조합 결성이라는 게 이렇게 쉽게 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노동조합 결성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은, 드라마 <송곳>에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 p. 231


'요컨대, 헌법과 노동법에서는 파업을 통해 노동자가 사용자에 맞게 대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나름의 근거 조항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합법 파업의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어려워 쉽게 불법 파업으로 간주되고, 불법 파업으로 간주되면 파업권이 무력화될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가압류 등을 통해 노조의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입니다. 영화 <카트>는 노동자들에게 여러 법적 권리가 있지만, 그것이 쉽게 무력화되는 현실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 p. 240, 241


[노동법에 대한 설명]

'그러니까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는 겉보기에는 평등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불평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출발점이 바로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권리의 보장입니다.' - p. 234


헌법 제33조 제1항: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앞서 언급한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단결권이라고 하고, 이 단결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게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입니다. 이 세 권리를 합쳐서 노동3권이라고 하고요. 노동3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규정한 법률이 바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입니다.' - p. 235


'결국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결합되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노동자들이 대등하게 사용자와 협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특히 단체행동권이 없다면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체행동권의 보장이 결국 노동3권에 있어서는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 237


[직면한 과제]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 사회는 영화 속 상황보다 더 복잡합니다. 기간제 근로, 시간제 근로, 파견 근로, 용역 근로, 특수 형태 근로, 재택 근로 등 다양한 근로 형태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고, 최근에는 대리운전이나 배달 대행 어플리케이션 등의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새로운 플랫폼 노동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 이러한 새로운 노동형태에 조응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선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p. 242



이렇듯 <법의 이유>는 영화를 통해 대중들이 알아야 할 법에 대해 정의에서부터 현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과제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물론, 아주 디테일하게 법을 파고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민의 법에 대한 교양 높이기'에 보탬이 되려는 출간 취지와는 걸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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