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0년>은 일본 신예 감독 5명이 그려낸 10년 뒤 일본의 모습이다. 옴니버스 영화로, 고령화와 디지털 사회, 환경 오염, 전쟁 등을 소재로 제작된 미래 보고서다. 이 영화는 글로벌 프로젝트 '10년'의 일본판으로, 홍콩과 태국, 대만에서도 제작된 바 있다.
일본판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총괄 제작을 담당했다. 그가 직접 선발한 신예 5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20분 안팎의 단편 영화를 완성해냈다.
첫번째 작품인 <플랜 75>는 고령화 사회의 미래를 담아냈다. '플랜 75'는 75세 이상 노인들이 가입할 수 있는 제도명이다. 안락사를 장려하는 국가 제도로, 귀 밑에 패치를 붙이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는 말로 노인들을 설득한다. 100만 원에 불과한 돈과 죽음을 맞바꾼 저소득층 노인들은 '국가가 먹여 살려야 하는' 인물들이다. 중산층 이상의 돈 많은 노인들은 플랜 75의 대상이 아니다. 이윤이라는 명목 하에 권장되는 안락사, 고령화 사회의 우울한 미래상이다.
두번째 작품 <장난꾸러기 동맹>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는 미래상을 담아냈다. 아이들의 눈 옆에 부착된 시스템은 수시로 시끄러운 경고음을 내며 그들을 괴롭힌다. 기술의 발전으로 철저히 통제된 인간들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아이들만이 지닐 수 있는 동심, 주체적인 삶이 사라진 사회를 예측하는 이 작품은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세번째 작품 <데이터>는 한 소녀가 엄마의 이야기가 담긴 디지털 유산을 꺼내본 뒤 엄마의 비밀을 쫓는 여정을 그려낸다. 디지털 사회의 이면과 알 권리 등의 문제를 짚어내는 작품이다. 네번째 작품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는 방사능 오염을 피해 지하세계에서 살아가는 소녀가 바깥세계에 호기심을 품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다섯째 작품 <아름다운 나라>는 거리 벽면에 붙은 징병 포스터를 통해 전쟁의 일상화를 보여준다.
영화 <10년> 속 이야기들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밝은 미래를 그린 것이 아니기에 보는 동안 불편할 수 있지만, 이 작품으로 하여금 우리는 미래의 문제들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될 수 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10년>은 이와 같은 이유로 탄생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젠가는 일어날 것만 같은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어 꽤나 흥미롭다. 개봉일은 1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