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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 이야기> 후기,
너무 현실적이라 울컥!

노아 바움백 감독의 신작 <결혼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한 부부의 이혼 과정을 담은 영화다. '니콜(스칼렛 요한슨)'과 '찰리(아담 드라이버)'는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다. 서로에 대해 고백하는 오프닝 시퀀스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헤어지려 한다. 합의 이혼 조정을 거치기로 했지만 니콜이 변호사 '노라'를 선임하면서 찰리를 상대로 이혼 소송이 시작된다. 찰리는 소송을 피하고 싶어하지만,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게 된다. 어떻게든 게임(소송)에서 이기려고 발버둥치려는 상대 변호사들은 생각지도 못한 약점을 잡아 비난하고, 그로 인해 부부의 감정의 골도 깊어진다. 결국 괴로움의 극에 달한 둘은 '죽었으면 좋겠다'는 식의 막말까지 퍼붓는다.



이혼의 과정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괴로움에 빠트린다. 이혼을 재고해보라는 엄마, 양육권을 두고 다투는 과정에서 오는 아들 '헨리'의 스트레스 등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서로가 함께 한 오랜 시간의 테두리에서 쉽게 벗어나지 않는다. 찰리의 식사 메뉴를 골라주고 풀린 신발끈을 묶어주는 니콜의 모습은 부부였던 때와 다르지 않다.


이런 모습 때문에 이 영화의 제목은 <결혼 이야기>로 정해진 게 아닐까. 제목은 남이 되어가는 과정, 남이 된 후 역시 결혼의 연장선임을 내포하고 있다. 이혼 후에도 자녀를 통해 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 없고 상대의 존재는 이어진다. 이는 연애의 끝인 이별과는 확연히 다르다.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부의 이해와 희생이 필요하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고 하고 맞춰주기 위해 노력해야만 원만하게 이어질 수 있는 것이 부부의 삶이다. LA에서 살고 싶다던 니콜과 뉴욕에서 커리어를 쌓아가겠다고 다투는 장면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이혼에는 금전적, 정신적인 리스크가 따른다. 부부 사이에서 해결되어야 할 것들이 다른 사람들의 가십거리가 되고, 그들의 입을 통해 사랑했던 마음마저 평가절하되고 악당 취급을 당하는 모습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이렇듯 <결혼 이야기>는 이혼을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다. <오징어와 고래>, <프란시스 하>, <위아영> 등으로 세대별 현실적인 모습을 위트 있게 그려왔던 노아 바움백은 이번 영화를 통해 이혼의 현실을 낱낱이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이 영화를 명작으로 만들어준 것에는 배우들의 열연이 큰 몫을 했다.


현실적인 결혼 생활을 다룬 영화를 찾고 있다면 <결혼 이야기>만한 게 없을 성싶다. 감상을 결심했다면, 애틋하고 뭉클한 감정을 넘나들 각오를 하고 재생 버튼을 누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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