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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동> 리뷰,
일단 가면 뭐라도 나오겠지!

연말 영화로 제격!

뭣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인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면 뭐라도 이뤄질 것이다. 영화 <시동>은 지금까지의 삶이 어떠했든 더 나은 삶을 향한 시동을 건다면 이전보다는 나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오프닝 시퀀스는 망가진 인생을 살아오던 '택일(박정민)'과 '상필(정해인)'의 삶을 반영한다. 시동조차 제대로 안 걸리는 데다, 오르막길에서는 멈춰버리고 마는 대책 없는 중고 오토바이는 주인공들의 인생과 닮아있다. 그리고는 내리막길로 돌진한다. 브레이크가 제대로 걸리지 않아 내리막길로 치달은 그들. 과연 괜찮아질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택일과 상필은 학교를 나왔다. 엄마와 단 둘이 살아가고 있는 택일은 사고뭉치인데다 맞고 다니기 일쑤다. 상필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살아가고 있는데, 힘겨운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채업에 뛰어든다. 택인은 엄마의 잔소리를 버티지 못하고 무작정 버스에 올라타 군산으로 향한다. 그는 군산에 도착하자마자 빨간 머리의 소녀 '경주(최성은)'에게 한 방 얻어터진다. 이후, 허기를 채우기 위해 들른 장풍반점에서 배달일을 시작한다.



한데, 장풍반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과거를 숨기고 있는 정체불명의 주방장 '거석(마동석)'과 온화하기 그지없는 '송 사장(김종수)', 거석에게 얻어 맞아도 굳건한 '배구만(김경덕)'. 이들 사이에서 택일은 진정한 사회 생활을 배워 나간다.



역시나 세상 밖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곳저곳에서 얻어맞기 일쑤인 택일의 모습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텨내는 택일은 생애 첫 월급까지 받아낸다.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던 그. 하지만 엄마에게 문제가 생긴다.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 토스트가게를 오픈했지만 위기에 처한다.



택일네 뿐만 아니라, 상필과 거석에게도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이 닥친다. 이렇게 <시동>은 다양한 캐릭터들의 다채로운 상황들을 통해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생사를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있는 한 앞으로 향해야 한다. 택일의 "가다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라는 대사처럼 어떠한 상황이 닥치든 우리는 가야 한다.


이렇게 <시동>은 관객들에게 '무엇이든 괜찮다'는 위로를 건넨다. 새로운 것에 발을 내딛고 역경을 견뎌내는 과정을 통해 변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연말인 지금 관람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다.


이 영화의 핵심 관람 포인트는 단연 캐릭터다. 택일과 거석이 티격대격대는 장면은 '꿀잼 보장' 그 자체다. 특히, 마동석의 캐릭터는 단연 돋보인다. 귀 뒤로 넘긴 어설픈 단발머리와 보헤미안 스타일의 헤어밴드, 핑크빛 의상과 지저분한 수면양말을 착용한 그의 모습은 낯선 동시에 사랑스럽다. 그가 따라 추는 트와이스의 안무 역시 <시동>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시동>에는 마동석, 박정민, 정해인, 염정아 등 막강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하나의 캐릭터가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강력한 무언가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예비 관객이라면, 이들이 우리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에 집중하기를 권한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기존에 봐왔던 성장 드라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소하게, 적당히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시동>을 보며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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