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맞을 때다. 이맘때쯤이면 힐링과 희망에 관련된 것들이 간절해진다. 더 나은 다음해를 맞이하기 위해서일테다.
<걱정을 잘라드립니다>는 제목에서부터 힐링이 느껴지는 책이다. 하버드대 교수 탈 벤 샤하르가 자신이 즐겨찾는 이발소의 주인이자 이발사인 아비 페레츠로부터 얻은 교훈(지혜)들을 정리해냈다.
저자는 하버드대학교에서 긍정심리학과 리더십 심리학을 담당한 교수이자, 지난 15년간 전세계를 돌며 리더십과 행복, 마음 챙김에 대한 강연을 진행해왔다. <해피어>와 <행복을 미루지 마라> 등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이런 그도 누군가로부터 마음을 위로받았다. 짧게 소개했지만 그 대상은 아비다.
아비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교외 지역인 라마트하샤론의 조그마한 동네에서 20년 동안 작은 이발소를 운영해온 이발사다. 아버의 이발소는 이웃에 사는 남녀노소 모든 이에게 머리 손질보다 훨씬 많은 것을 제공하는 모임 장소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우리는 그의 지혜를 이 책을 읽으면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아비의 기록을 2014년부터 시작했다. 교과 과정에 없는 '살아있는 힐링 교육서'와 다름 아닌 이 책이 지닌 따뜻함은 많은 독자들에게 위로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미용실을 찾는 목적을 잘 알고 있다. 단순히 머리카락이 길어서, 펌이 풀려서 찾기도 하지만, 우울한 일을 겪었을 때 기분전환을 위해 미용실을 향하기도 한다. 나의 머리를 감겨주고 타인의 따뜻한 손길을 느낀 후 아름다운 모습으로 완성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울적한 기분으로부터 해방된다(일순간일 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머리 손질을 하는 동안 우리는 미용(혹은 힐링)을 책임져주는 전문가들과 잠깐이나마 대화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 대화마저 내 기분을 씻어준다면, 그곳은 단연 단골 미용실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아비의 이발소를 머리 손질 장소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아버의 지혜를 배우고 그의 마음가짐을 통해 힐링받고 싶어 찾기도 하는 것이다.
책의 전개는 저자와 아비의 짧은 대화와 함께 저자의 생각, 관련 명언이나 영화 소개 등으로 마무리되는 방식을 취한다. 쉽게 읽히지만 내용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힐링 도서를 찾고 있다면 <걱정을 잘라드립니다>를 PICK하시길!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글귀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말했다. "평범한 상식은 사실 그리 평범하지 않다." 이발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나는 아비가 지닌 평범한 상식을 널리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살면서 필요할 때마다 스스로 되새길 수 있도록, 그리고 그를 단골 이발사로 두는 행운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 나와 함께 그의 지혜를 누릴 수 있도록. - p. 23
"이번엔 백합을 주문해봤어요. 사실 이번 여름에 태국으로 휴가를 가려 했는데, 가족 수도 너무 많고 일도 바빠서 떠날 수 없게 되었어요. 태국에 못 가는 대신, 그 나라의 한 조각을 우리 가게에 들여온 거예요. 세상에서 제일 멋진 휴양지를 누리기 위해 꼭 그곳에 가야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 p. 35, 36
영어로 '휴가Vacation'라는 단어는 빈 공간을 뜻하는 '진공Vacuum'과 같은 어원에서 나온 말이다. 또 히브리어로 휴가를 뜻하는 '호페시Hofesh'는 탐색이라는 뜻의 '히푸스Hipus'와 뿌리가 같다. 영어와 히브리어의 어원을 종합하면, 우리는 휴가가 '탐색에 필요한 공간을 찾는 행위'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 p. 37
상대방을 만지는 행위의 장점은(물론 서로 동의했을 때 얘기지만) 그것이 언제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이다. 만진다는 것은 내 손끝에 있는 상대와 닿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는 만큼 돌려받는다. - p. 44
불교 승려인 틱낫한은 이렇게 말했다. "때로는 기쁨이 미소의 근원이지만, 어떤 때는 미소가 기쁨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 p. 49
다수의 훌륭한 지도자를 관찰한 결과, 바다라코 교수는 그들이 종종 나아가기를 멈추고 기다리기를 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들은 불확실성이 주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며 가상의 울타리에 기대어 한 템포 쉬어갔다. - p. 71
"이발사라는 직업의 큰 장점은, 손님들을 더욱 멋지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그들에게 멋지다고 말해줄 수 있다는 점이에요. 너도 마찬가지란다, 꼬마 손님." - p. 89
마크 트웨인은 "좋은 칭찬 한마디가 사람을 두 달간 버티게 해준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씩 머리를 자르러 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아름다워지고, 아름답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 p. 90
공허 속에서 아름다움이 탄생한 경우도 많고, 침묵 속에서 성장하는 경우도 많다. - p. 103
아비는 인간의 본성이 본질적으로 선하며, 개인이 잔인한 행동을 하거나 무신경하게 구는 것은 대부분 내적 고통에 대한 반응 때문이라고 믿는다. 고통의 반응을 자주 일으키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가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못하도록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이다. - p. 133
약 400년 전, 영국의 시인 존 던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전체의 한 부분이다." - p. 138
실제로 보통 사람들은 받은 것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것을 돌려주지 못하면 마음에 불편함을 느낀다. 이런 성향은 선물이나 돈처럼 물질적인 교환뿐 아니라 친절과 신뢰를 포함한 비물질적인 교환에도 적용된다. 다시 말해서, 신뢰는 대부분 신뢰를 낳는다. - p.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