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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타인의 취향>

다름을 인정할 것

한 공장의 사장인 카스텔라는 타인의 취향은 완전히 무시해 버리고 자신의 취향만이 옳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고집하는 부인, 앙젤리끄와 살아가고 있다. 앙젤리끄는 집의 모든 것은 자신의 취향에 맞아야 했음은 물론이고 카스텔라의 여동생 집 도배지, 가구까지 자신의 취향에 맞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그녀는 카스텔라의 건강을 걱정한답시고 지나친 참견을 한다. 크림케이크, 초콜릿, 술은 절대 금물이다! 이는 애정을 넘어선 과도한 참견에 불과하다.


카스텔라는 어느 날 조카를 보러간 <베레니스>란 연극의 주연 배우 클라라가 자신의 영어선생임을 알고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카스텔라는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에 대한 끔찍한 편견을 지니고 있다. 연극은 지루한 것이고, 연극장에 가는 것은 끌려가는 것일 뿐이기에.  클라라는 문화적인 소양이 없고 야한 농담이나 해대는 경박한 카스텔라를 경멸한다. 카스텔라는 연극과 미술 분야에 있는 클라라의 친구들을 따라다니지만 항상 놀림감이 된다. 그러나 카스텔라는 눈치채지 못하고 애꿎은 지출만 하게 된다.


카스텔라의 보디가드인 프랑크는 전직 경찰시절의 경험과 옛 애인의 배신 등으로 세상을 불신하는데 카스텔라 부인의 운전기사인 브루노는 그런 프랑크의 생각을 바꾸려고 애쓴다. 브루노는 약혼녀가 미국에 연수간 사이 예전에 만난 적이 있는 마니란 여자를 우연히 다시 만난다. 마니는 브루노를 통해 알게 된 프랑크와 사랑에 빠지지만 프랑크는 편견 때문에 마니의 마약거래와 고집을 수용하지 못하고 떠난다.


그렇다면 카스텔라는? 그 역시 자신과 다른 남을 경멸한다. 자신의 똑똑한 프랑스출신 조수를 싫어한다. 자신의 스타일과 다른 똑 부러진 그를 싫어한다. 결국 조수는 사직서를 내고, 그 때서야 자신의 취향과 다른 사람에 대해 경솔했던 태도를 반성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사람은 카스텔라다. 클라라의 호감을 얻기 위해 그녀가 싫어하는 콧수염까지 깎는 노력을 감수하는 카스텔라.  문화에 무관심했던 그는 클라라의 명연기와 그녀에 대한 애정으로 인해 연극을 사랑하고 미술을 사랑하게 된다. 미술작품을 거둬들인 것이 클라라에 대한 호감 때문만은 아니라는 강력한 주장을 하면서 클라라는 일순간 실망하게 된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성장한 카스텔라에게 자신의 연극에 초대를 했고 카스텔라는 그 장소에 도착하여 '브라보'를 외치며 클라라의 연극에 큰 박수를 보낸다.

앙젤리끄는 늘 자신의 의견에 따랐던 우유부단한 남편, 카스텔라가 집을 나가고 나서야 눈물을 흘리며 타인의 취향을 어느정도 인정하게 된다. 그 부분은 한 대사에 불과하다. 카스텔라의 여동생 집을 방문하여 카스텔라의 가출사실을 밝힐 때, 집 도배디자인이 바뀐 것을 보고 "이것도 괜찮네요" 라는 말을 던진다.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은 두 가지다.

타인의 취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과 그 취향을 바꾸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 타인에 의해 자신의 모습이 바뀐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자기 스스로가 느끼면서, 배우면서 바뀌는 것은 가능한 일이나, 타인의 강압에 의한, 주입에 의한 변화는 힘들다는 점. 타인의 취향  자체를 인정해 주어야 하고, 그러한 개인의 취향들이 모였을 때, 화합을 도모할 수 있고, 평화로운 삶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타인의 취향>이 던져주는 메시지다.


영화의 마지막 신에서의 합주는 인상적이다.

개인이 모여 즐거운 화합을 도모한다는 것. 문득 이 영화가 떠오른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 유명감독들이 '영화'에 대한 에피소드나 철학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 영화다. 이토록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그들 각자의 사상과 취향이 존재하는 법이다. 남에게 "너의 것은 틀렸어, 잘못됐어" 라는 말은 삼가야 할 것이다. 그들도 그들의 취향이 있고, 그들 개인은 스스로는 자신의 취향이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장이나 사상에 대한 정확한 근거나 바탕이 되는 확고한 신념(철학)이 존재한다면, 그 사람 자체는 하나의 훌륭한 인격체가 되는 것이다.


자, 지금부터라도 타인의 취향을 존중해 주도록 하자.


틀린 것은 없다. 다만,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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