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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 하늘에 묻는다>,
신분과 역경을 초월한 우정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꼽히는 세종대왕과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의 우정을 담은 팩션 사극이다. 세종과 장영실의 위대한 업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두 천재, 즉 인물에 집중한 것이 이 영화만의 특징이다.



조선만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이야기를 담은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감동의 연속이다. 세종의 오랜 바람이었던 천문 사업과 그 뜻을 20년 간 함께 해준 유일한 벗 장영실. 하지만 한 사건에 의해 세종은 장영실을 내치고, 장영실은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는 20년 전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보여준다. 세종은 20년 전 과학과 농업, 발명에 대한 열의에 가득 찼던 과거와 달리 많은 인물들에게 휘둘리며 살아가는 쇠약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가 사라지면 더 이상 삶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장영실은 고뇌의 길을 자처한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 집중하는 두 인물은 신분과 역경을 뛰어넘는 우정을 나눈다. 한 나라의 왕과 관노가 과학이라는 공통분모를 두고 나누는 열정과 우정은 그 어떤 사극에서 보여줬던 풍경과 다른 면모를 보인다. 세종과 장영실은 국가와 백성을 위한 일을 이뤄낸 협력자인 동시에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친구였다. 세종이 바랐던 것을 이뤄주는 장영실, 천부적인 재능이 있지만 신분 때문에 마음껏 발휘하지 못했던 장영실의 꿈을 이뤄준 세종. 이보다 더 좋은 관계가 있을까.



그렇다고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 이들만의 행복한 관계만을 그린 것은 아니다. 둘의 우정에 시기와 질투를 보이고 음해하려는 신하들, 장영실의 신분 상승을 거친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또, 천문 사업이 명나라에 발각되는 등의 위기에서 비롯된 역경들도 다룬다.


많은 이들이 기대했겠지만 이 영화를 빛나게 만들어 준 것은 최민식, 한석규의 명연기다. <쉬리>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이들은 무려 20년 만에 재회했다. 이들의 케미스트리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 완벽을 구사했다. 주연 외에도 신구, 허준호, 김태우, 김홍파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고, 김원해, 임원희가 분한 유쾌한 캐릭터는 묵직한 분위기를 전환해 관람의 재미를 더했다.


한편 <봄날은 간다>, <행복>, <호우시절> 등 다양한 감성 멜로물들을 선보였던 허진호 감독은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도 그만의 감성을 한껏 드러냈다. 그가 그려낸 세종과 장영실의 브로맨스는 연인 관계에 흡사할 정도로 애틋하다.



사극인데다 132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지루할 틈 없을 주지 않는다. 백성을 생각하는 왕의 정신, 천부적인 재능, 짙은 브로맨스, 역경을 딛고 탄생한 위대한 발명품 등을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끝에 이르러 있을 것이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연말연시, 사랑하는 사람과 깊은 정을 나누며 관람하기에 좋은 영화로 12월 26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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