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세탁소>는 돈의 흐름에 대해 고발하는 영화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만든 작품으로, 퓰리처상 수상자인 제이크 번스타인의 2017년작 <시크리트 월드: 자본가들의 비밀 세탁소>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주인공 '앨런(메릴 스트립)'은 남편 조와 뉴욕 조지호를 건너는 유람선을 탄다. 그런데 갑자기 들이닥친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히고 이로 인해 21명이 사망한다. 그 중엔 조도 포함되어 있다. 선박회사는 보험을 들었다고 하지만, 보험회사는 또 다른 회에 재보험을 들었다고 한다. 재보험 회사 '유나이티드 재보험 그룹'에서는 사고 전에 보험 지급 기간이 만료됐다면 책임을 회피한다.
앨런은 조를 처음 만났던 곳이 보이는 전망 좋은 집으로 이사를 계획했었다. 하지만 선박회사에서 들어온 돈으로는 집 장만이 힘든 상황.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앨런은 직접 유나이티드 재보험 그룹으로 향한다.
이 영화는 2016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익명의 제보자가 관련 자료를 독일의 한 신문사에 제공하면서 역대 최고의 정보 유출 사건으로 확대됐었다. <시크릿 세탁소>에서는 극의 몰입을 높이기 위해 남편을 잃은데다 터무니 없는 보험금을 받게 된 앨런이 실제 사건의 제보자 역을 맡았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린 이 영화는 다분히 미국적이다. 최악의 사건을 풍자한 블랙코미디로, 스티븐 소더버그의 실험 정신이 깃들어 있다. TV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작품에는 메릴 스트립, 게리 올드만, 안토니오 반데라스, 샤론 스톤 등 명배우들이 등장해 퀄리티를 높였다.
결국 <시크릿 세탁소>가 관객(시청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있는 자들이 돈을 버는 행태인 '돈세탁의 고발'이다. 전 세계 부유층의 천문학적인 탈세와 불법적인 자금을 축적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가 만들어진 이유다.
영화는 아프리카, 멕시코, 파나마, 중국 등 세계 곳곳의 돈세탁자들의 탐욕을 고발한다. 돈쪼가리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그것을 쫓기 위해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수많은 이들에게 손쉽게 사기 치는 행각을 서슴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 그렇다면 감독은 우리가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물론 아니다. 영화는 이 상황을 '알고 의문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엘런의 마지막 대사가 <시크릿 세탁소>의 핵심 메시지다. "자 이제 진정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의문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하면 돼요. 탈세는 절대 못 막을 겁니다. 고위 공무원들이 잘난 이들에게 돈을 바라는 한은 안 돼요. 탈세 의지가 누구보다 강한 사람들이잖아요. 그 어떤 부류보다 의지가 강하죠. 이런 정치 관행이 너무 깊이 고착돼 있어요."
그렇다. 이 상황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이 현실을 꽤 솔직하게 밝힌다. 그러면서 엘런은 자유의 여신상 포즈를 취하며 외친다. "미국은 썩어빠진 선거 자금 조달 시스템을 당장 개혁하라!"
결국 이 영화는 국가(시스템)에 대한 외침이다. 서민들은 도저히 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상황을 알게 됐으니, 지저분한 행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 이 영화의 궁극적인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