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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고찰,
영화 <마지막 레슨>

죽음, 존엄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
죽음이 너무 무거운 소재이고,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버거울 수 있다


<마지막 레슨>은 존엄사를 위해 투쟁했던 '미레유 J'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존엄사는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존엄사를 '품격 있는' 죽음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이 '품격'은 누구의 입장에서 덧붙일 수 있는 수식어일까. 죽음을 결정한 이의 입장에서는 품격일 수 있지만, 당사자를 둘러싼 이들의 시선에서 존엄사는 '자살'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마들렌'은 올해 아흔 두 번째 생일을 맞았다. 스스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힘겨운 순간들을 견뎌내고 있는 그녀는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의지로 생을 끝맺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당연하게도)가족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딸 '디안'은 마들렌의 결정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엄마의 '생의 마감'을 돕기 시작한다.



영화는 마들렌과 디안의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마들렌이 죽음에 대해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어떤 준비들을 하는지가 상세하게 묘사된다. 가령, 유품을 포장하고 가정부를 위한 임금을 미리 챙겨두는 것 등이 그렇다.



디안의 일상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와 비슷하게 흘러간다. 마들렌의 결정을 부정하고 분노하는 1, 2단계에서부터 결정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협상의 3단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몽에 시달리는 우울의 4단계, 엄마의 결정을 완전히 받아들이는 수용의 단계에까지 이른다. 물론, 마지막 수용의 단계 이후에는 엄마와의 행복한 추억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더해진다.



<마지막 레슨>은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음울하지 않다. 생의 끝을 병실(침대 위)이 아닌 사랑하는 가족과 추억과 함께 마무리하려는 주체적인 여성의 삶은 멋있고 아름답게 묘사된다.




사실, 죽음은 아무리 학습해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시에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다. 늘 '잘 살아가는 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잘 죽는 법'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갑작스러운 죽음과 마주했을 때 막연한 공포에 억눌리고 만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다. 죽음에 마주한 당사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병실에 그들을 묶어두기 일쑤다. 여기에는 며칠, 몇 개월만이라도 죽어가는 이들을 더 보겠다는 이기심이 배어있다.


죽음은 누구나 겪게 되지만, 직접적인 경험담을 들을 수는 없는 것이다. '간접적인 레슨'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죽음, 특히 존엄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싶다면 다큐멘터리 영화 <엔딩 노트(감독 마미 스나다, 2011)>, <목숨(감독 이창재, 2014)>를 접해보길 권한다. 또, 죽어가는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다룬 책 <죽음의 에티켓(저자 롤란트 슐츠)>도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 레슨>을 통해 잊고 살아왔던 죽음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한때, 이 소재에 심취해 책과 영화 등을 닥치는 대로 접했던 때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잘 살아가는 법은 잘 죽는 것에 대해 고민할 때 답이 나오는 법이다. 이 시간을 통해 살아감에 있어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소소한 행복의 순간들을 놓치지 말자. 일에 목숨 걸다보면 (실로)일찍 죽음이라는 낚싯바늘에 걸려들 확률이 높아진다. 냉철함을 요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따스한 순간들도 마주하며 인생의 밸런스를 맞춰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 지금보단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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