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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투 더 본> 리뷰

뼈아픈 통과의례를 거친 한 여성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

<투 더 본(To the Bone)>은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 '앨런'의 일상을 다룬 영화다. 가족들은 수차례 치료를 받아왔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그녀 때문에 스트레스를 앓고 있다. 그러던 중 식이 장애 치료로 명성 높은 '윌리엄 베컴' 박사를 알게 되어 재활치료소 입소를 결정한다. 다양한 사연과 증상을 지닌 환자들이 모여 있는 재활치료소. 우리는 앨런을 포함한 '이상한' 사람들의 일상을 훔쳐보게 된다.



재활치료소에 모인 환자들은 '여전히' 체중감량의 강박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들은 먹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먹는 시늉을 한 뒤 몰래 구토를 하는가 하면 달밤의 뜀박질을 하며 살 찌는 것을 '경멸'한다. 구토와 지사제를 이용해 체내 음식물을 배출하는 것 쯤은 예삿일이다. 심지어 어떤 환자는 임신 중임에도 섭식을 거부한다. 앨런도 심각하다. 그녀는 음식의 칼로리를 완벽하게 꾀고 있는 그는 철저히 식단을 제한하는가 하면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수시로 팔뚝 둘레를 체크한다. 또, 등에 흉터와 같은 굳은 살이 생길 만큼 윗몸 일으키기를 반복한다. 월경이 중단된 지는 오래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유는 다양하다. 날씬함이 아름다움의 기준이라고 조장하는 미디어를 포함해 애정 결핍이나 어머니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열망 등의 정신적인 원인도 있다.



앨런에게도 가정과 사회 환경에 의한 정신적 고통이 있었다. 어머니는 어린 앨런을 충분히 안아주지 못했다. 사랑받지 못했던 그녀는 블로그에 그림을 그려 올리는 것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는데, 그 그림으로 하여금 한 소녀가 살을 빼다 거식증으로 사망했다. 소녀의 가족은 앨런에게 시체 사진을 보내며 죄책감을 가중시켰다.


이렇듯 앨런의 식욕부진증은 다양한 이유로 인해 형성된 것이다. 고통으로 가득했던 그녀의 삶에 사랑은 없었다. 그래서 베컴 박사의 관심과 이성의 사랑을 의심하고 거부한다. 이렇듯 하나의 정신적 문제는 멈추지 않는 기차와도 같다. 신체적 장애는 물론 또 다른 정신의 고통으로 이어지니까.


그러면, 식욕부진증을 앓는 이들은 식욕 자체가 없는 것일까. 아니다. 그들은 섭식에 대한 욕구가 있다. 좋아하는 먹거리가 있고, 방문하고 싶은 맛집 리스트도 작성한다. 앨런의 경우를 보면, 좋아하는 초콜릿과자가 있고 식당을 찾았을 때도 다양한 음식들의 맛을 본다(씹은 후 뱉기는 하지만). 이렇듯 식욕부진증 환자들은 식욕이 있지만 체중 증가가 두려워 욕망을 억누르고 부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투 더 본>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물론, 긍정적인 메시지로 종결된다. 영화는 식욕부진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극복 의지와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나칠 정도로 진부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진리임은 확실하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영화는 다양한 메타포를 배치했다. 앨런은 윌리엄 베컴 박사를 만난 이후 '일라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갓난 아기의 모습처럼 발가벗은 몸, 어머니의 품에서 우유(젖)를 먹는 행위, 온 몸으로 대자연의 에너지(빗물)를 만끽하는 장면은 '앨런의 새 삶'을 상징한다.



결국 뼈 밖에 없던 앨런은 자신의 뼛(bone)속까지 파고드는 과정을 통해 새 삶을 부여(born)받았다. 그녀가 겪은 고통은 일종의 통과의례다. 이같은 맥락에서 <투 더 본>은 치열한 성장영화로 볼 수 있다.




영화 속 인용문


사람의 감정은 작은 일상에 동요한다.

아이의 첫 걸음마는 지각 변동만큼 놀랍고

자전거를 처음 타고 거리에 나가거나

도로를 질주하면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다.

누군가 자신을 뚱뚱하다거나 이상하다고 손가락질하면

순식간에 절망에 빠져 비난을 독약처럼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독약이 총알이 되어 자신을 향해 날아와도

튕겨내기는커녕 모자로 심장만 겨우 가린다.

나약한 자신을 어루만질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용기를 내는 건 석탄을 삼키는 것만큼 힘들다.


<용기>(앤 섹스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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