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목격>은 '독립출판계 베스트셀러 작가'로 불리는 최유수의 신간 에세이다. <사랑의 몽타주>로 사랑을 속삭였고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로 존재에 대해 물음했던 그. 이번엔 다시 사랑에 대한 단상을 발표했다.
많은 이들이 사랑에 관심이 많다. 당연한 것이, 우리의 삶은 사랑으로 점철돼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랑을 다루는 책은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다.
사랑은 보고 만질 수 없는 감각적인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찰나의 감정을 끊임없이 말하고 기록했다. <사랑의 목격>은 이 순간들을 끌어모은 결과다. 첫 작품이자 대표작인 <사랑의 몽타주> 출간 후 5년이 지난 지금의 글은 한층 더 깊어졌다. 그래서인지 한 번만 읽고 덮어버리기엔 아까운 책이다.
한 마디로 <사랑의 목격>은 머리맡에 두고 찬찬히 눌러 읽고픈 책. 사랑에 대한 고민이 생기거나 공감해 줄 대상이 필요할 때 이 책의 마법을 경험해보기를 바란다.
책 속에서
너의 눈으로
너의 안에서 너의 눈으로 네가 보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너를 영영 이해할 수 없을 테니,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잠시 네 안에 갇혀 있게 된다 해도 좋아. 반대로 그동안 네가 나의 안에서 나의 눈에 보이는 너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고 싶어. 자유 의지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단 한순간만이라도 내가 너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만 있다면, 네가 나의 사랑을 나 대신 느껴 볼 수 있다면 나는 삶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초연히 살아갈 수 있을 거야. … p. 19
꿈에서 만나요
꿈에서 만나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오늘의 그들과 헤어지며 꿈에서 다시 만난다. 사라질 오늘의 내가 사라질 오늘의 당신에게 전할 수 있는 둘만의 유언 같은 말. 공백을 채우는 말. 꿈에서 만나요. … p. 24, 25
사유
사랑은 끊임없이 사유하는 일이다. 당신과 나 사이의 연결에 관해 하나하나 사유할 때마다 사랑은 문장이 된다. … p. 29
죽을 만큼 사랑한다는 것
설령 말로 사랑을 표현하는 일이 불가능하게 느껴지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금 이 순간 무엇이든 말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모든 수식어를 지우고 말해 보면 어떨까. 가장 단정하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매일 수십 번 힘주어 말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함으로써 '매 순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결코 쉽지 않겠지만 그것 이상의 표현이 존재할 수 있을까. … p. 32
age of love
사랑은 반드시 탄생한다. 여기서 사랑의 탄생이란 어떤 두 사람이 함께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아니라 둘 중 한 사람에게서 최초의 사랑이 태어나는 순간을 말한다. 사랑이 우리의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내부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 순간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사랑이라는 전칭 명사는 죽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겠지만,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사랑은 언젠가 죽음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의 사랑이 무력하게 풍화되어 가는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볼 수 있을까. … p.46~48
문득
사랑은 움츠리고 있는 사람에게서 저절로 피어나지 않는다. 정해진 일상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사람의 어깨를 두드리지 않는다. 자기 안의 우물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을 찾아오지 않는다.
무심코 좋아하는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걷는 사람에게, 하늘을 보며 걷다가 발을 헛디뎌 본 적 있는 사람에게, 여기저기 정신없이 다니느라 무언가를 잃어버리기도 하는 사람에게, 문든 사랑은 온다. … p. 51
voice of love
사랑한다는 말은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말이 아니라 사랑이 우리에게 건네는 말인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사랑 자신을 지속하기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빌린다. 사랑한다는 말은 맑게 흐르는 시냇물처럼 나와 당신을 투과하며 우리의 사랑을 정화시켜 준다. … p. 59
how to love
마음껏 사랑하세요. 어제와 내일, 조금 전과 잠시 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마세요. 모든 순간은 단 한 번뿐이니까요.
사랑의 시작은 마음을 감추거나 멈추지 않는 것이에요. 사랑의 기틀은 후회를 줄이는 것이에요. 사랑의 원칙은 홀로 도망치거나 숨지 않는 것이에요. 사랑의 대화는 말꼬리를 흐리지 않는 것이에요 사랑의 재료는 한결같은 관심과 시선이에요. 사랑은 희망과 절망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쌓아 가는 일이에요. … p. 74
두 사람의 풍경
죽어도 좋을 만큼 사랑한다고 해서 무작정 두 사람의 풍경을 겹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많이 사랑해도 두 개의 풍경은 완벽한 하나의 풍경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두 사람 각자의 풍경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따로 또 같이 무사히 자리 잡을 수 있을 때, 우리는 겨우 그것을 사랑의 풍경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p. 76, 77
신념
두 사람의 관계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지만, 적어도 서로가 말없이 떠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있다. 사랑을 마지막까지 지탱해 주는 것은 깊은 애정도 오랜 시간도 아니다. 매 순간의 작은 확신이 모여서 사랑을 지탱한다. 그런 식으로 쌓인 신뢰가 무너지지 않고 마침내 형태를 갖추면 비로소 신념이 된다. 나에게 사랑은 신념과 다르지 않다. 불안하지 않은 사랑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 p. 88
순례
사랑을 하며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하는 동안 자기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게 된다. 사랑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을 불완전하게 중첩시킨다. (...)
사랑은 즐겁다기보다 차라리 고통스러운 것이다. 사랑의 전체 과정을 두고 본다면 사랑의 고통은 늘 쾌락보다 큰 듯하다. 마치 순례길을 걷듯이 근본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고단한 일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혼자일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반드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할 이유란 아무리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사랑하는 내내 사랑은 우리를 절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두 사람은 한 사람처럼 걸을 수 없으므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매일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마주 보고 걸을 수 없으므로 매 순간 서로의 표정과 낌새를 확인하지 못한다. … p. 10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