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치료를 위한 시작은 몸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트라우마.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다. 대개 트라우마의 원인을 정신(특히 기억)에서 찾지만,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의 저자 다미 샤르프는 '몸'에서 찾는다.
저자는 '뇌는 기억하지 못해도 몸은 나의 과거를 기억한다'면서 어린 시절(생애 초기, 즉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기)의 발달 과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의 전반부는 트라우마에 대해 집중적인 설명이 이어진다. 트라우마는 '쇼크 트라우마'와 '발달 투라우마' 두 가지로 나뉜다. 트라우마는 일반적인 슬픔과 차원이 다른데,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쇼크 트라우마는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발생하는 경우, 발달 트라우마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스트레스 사건에서 싹튼다.
'비유하자면 쇼크 트라우마는 아주 잘 직조된 카펫에 색이 다른 실 딱 하나가 섞여 있는 것이지만 발달 트라우마는 너무나 많은 실이 섞여 있는 것 같다.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실을 뽑아내야 해서 결국 카펫의 형태와 색이 변하고 만다. 그런데 오랫동안 상담한 내 경험에 따르면 이 두 가지 트라우마가 개별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쇼크 트라우마의 이면에 발달 트라우마가 감춰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p. 28
발달 트라우마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만들어낸다. 계속 위험을 생각하는 사람은 '위험 신호'를 파악하는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므로 '삶은 위험투성이'인 것으로 여긴다. 즉, 우리가 보는 현실은 우리가 쓰고 있는 안경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다. 그 안경은 과거 경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 경험을 통해 '자기 조절 능력'이 좌우되는데, 이는 바로 출생할 당시의 상황과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정해진다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다. 어린 시절에 발달 트라우마를 지속적으로 겪었거나 쇼크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면 감정 내성의 창문(Window of Tolerance)이 좁을 수밖에 없다. 감정 내성의 창문 안에 머무는 것이 힘든 이들은 범위 내에 있는 평온함을 '지루하다'고 여겨 극적인 것에 중독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이 책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몸이 곧 나다'라는 것. 몸이 감정뿐 아니라 생각까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몸 안에는 억압된 상처들이 들어있고, 어린 시절부터 축적되어 온 감정과 행동이 우리 몸의 일부가 된다.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지 마!" 라는 말을 계속해서 들으면 어떻게 될까? 크게 말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근육을 반복해서 긴장시켜야 한다. 사실 이것은 우리가 날마다 하고 있는 행동이다. 직장 생활을 한번 떠올려보자. 상사에게 정말 굴욕적인 말을 듣고 눈에 눈물이 맺혔지만, 절대 이런 상황에서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다. 더군다나 그런 말을 쏟아낸 상사 앞에서는! 그럴 때 우리는 아주 얕게 숨을 쉬면서 가슴과 배에 힘을 주고, 올라오는 감정을 억누르며 안간힘을 다해 눈물을 참는다. "울지 마!"는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말이다. 어린 시절에 울고 싶은 충동을 한 번이 아니라 수백 번 억누르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특정한 근육들이 만성적으로 긴장하게 되고 숨도 얕게 쉬게 된다. 긴장 상태가 만성화되면 시간이 갈수록 몸의 자세고 굳어지고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 p. 51~52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면 다섯 가지의 인생 과제인 '나는 안전한가' '나는 내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가' '나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들이는가' '나에게는 자기효능감이 있는가' '나는 사랑과 성에 관대한가'에 대해 질문하고 긍정적인 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자기객관화, 타인과의 교류(스킨십) 등을 통해 제대로 나(의 몸)를 발견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는 상처와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몸과 관계를 통한 치유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메시지를 요약하자면 '마음의 지하실'을 비우고 싶다면 자신의 몸을 지각하고 잘 교류해야한다는 것. 저자는 이것이 심리치료의 출발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