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남산의 부장들> 리뷰,
그는 왜 죽임을 당했을까

<남산의 부장들>은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다룬 영화다. 김충식 작가(기자)가 쓴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우민호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겼다.



이 영화의 매력은 '절제된 연출'이다. 소재의 특성을 반영해 묵직한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1979년 10월 26일 밤 7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인가에서 대통령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은 중앙정보부 부장 '김재규(극중 김규평)'. 그는 왜 대통령을 살해했을까. <남산의 부장들>은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암살사건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청와대와 중앙정보부, 육군 본부에 몸담았던 이들의 관계와 심리를 면밀하게 따라가는 이야기다.


이 사건은 박정희 대통령의 18년간 독재정권의 종지부를 찍게 만든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으로 꼽힌다. 원작은 1990년부터 동아일보에 2년 2개월간 연재된 취재기를 기반으로 출판됐으며,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총 52만 부가 판매되어 논픽션 부문 최대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원작자 김충식은 다양한 취재를 통해 두 번의 한국 기자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그는 출간 이유로 "대한민국 역사를 통틀어 1960~1970년대의 독재 18년은 중요한 시대다. 그 18년을 지배한 정점에 중앙정보부가 있었다. 입법, 사법, 행정을 총괄할 정도로 권력을 누렸던 중앙정보부에 대해 1990년대까지 모든 매체가 보도를 꺼렸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막중한 권력을 휘두른 이들에 대해 기자가 보도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 생각해 사명감을 갖고 집필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보부는 박 대통령의 장기 독재정권의 배후 기관이다. 여기에 소속된 인물들은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하지만 이들 중 한 명인 '김규평(이병헌)'은 1인자를 직접 죽였다. 이유는 배신과 분노 때문이다. 포스터에 쓰여 있는 '흔들린 충성, 그날의 총성'이 영화의 메시지를 압축하는 카피다.


우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건이지만, 그 인물들이 정확하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마음속에 무엇이 있었길래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총성이 들렸는지 탐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기획 의도대로 영화는 각 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2인자들을 쥐락펴락하는 대통령, 일평생 충성했지만 배신당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지만 박용각의 행보를 걷고 있는 김규평, 한창 권력의 맛을 보는 중인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 영화는 이 네 명의 캐릭터의 심리와 얽히고설킨 관계를 묵직하게 풀어냈다.


<남산의 부장들>은 지독하리만큼 캐릭터에 집중했다. 감독 역시 "관객이 인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상황을 과장 없이 그리려 했다. 흥분하지 않고 절제하는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실화를 근간으로 한 작품들은 왜곡 이슈에 시달리기 쉽다. 그래서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럴 경우 대중성을 놓칠 우려가 있고, 이는 영화의 흥망성쇠를 좌우하기도 한다. <남산의 부장들>은 시종일관 묵직한 분위기로 이어진다. 느와르 색을 띤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흥미롭다. 감독은 '웃음기를 뺐다'고 했지만 적재적소에 풍자와 위트가 배치되어 있다. 또, 이와 같은 영화를 '웃으려고' 찾는 관객들은 없을 것이다. 팩션 영화인 점을 감안하면 꽤 잘 완성된 영화다.



<남산의 부장들>을 살린 결정적인 요소는 단연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긴장과 불안 위를 걷는 김규평을 연기한 이병헌은 분노를 속으로 삭이는 모습을 흔들리는 눈빛, 어금니를 깨무는 등으로 묘사했다. 특히 13분간 이어지는 암살 시퀀스에서의 연기력은 훌륭함 그 자체다. 리얼리티를 선보인 이성민, 매 테이크마다 다른 톤을 선보인 곽도원, 25kg 증량의 열정을 보인 이희준의 연기도 명불허전이다. 특히 이성민의 “임자 옆에는 내가 있잖아. 임자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대사는 유행어 조짐을 예고한다.


개봉일은 1월 22일. 15세 이상 관람가로 러닝타임은 113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쁜 녀석들: 포에버>, 통쾌한 액션&스타일리한 연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