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는 5년차 프리랜서 도란 작가(겸 기자)의 고백서다. 9년 간의 직장생활과 5년 간의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담담하게 써낸 에세이로, 프리랜서라면 공감을, 예비 프리랜서에게는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수의 직장인들은 프리랜서에 대한 로망이 있다. 출근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늘어지게 늦잠을 잘 수 있을 것, 느긋하게 커피와 브런치를 즐기고 여유롭게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 것 등.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혹은 상상하는 프리랜서의 삶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거리가 없으면 백수나 다름 없는 프리랜서는, 당장의 수입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기도 하고 그 때문에 불안을 휘감고 살아가기도 한다. 스타급 프리랜서가 아닌 이상 일을 찾아나서야 한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없으면 한순간에 나락행으로 치닫기 십상이다.
물론,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의 로망이 틀린 것은 아니다. 새내기 프리랜서인 나는 출근시각에 구애받지 않고 늦잠을 잘 때도 있다. 하지만 퇴근시각을 정해두지 않는다. 직장에 다닐 땐 퇴근시각만 기다렸다면, 지금은 스스로가 정해놓은 할당량을 마친 때가 퇴근시각이다. 또 컨디션이 괜찮다면 밤까지 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프리랜서는 시간의 자유를 얻은 동시에 책임을 떠안기 때문에 스스로를 제어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세상 만사가 그렇듯, 프리랜서의 삶에도 장단이 있다. 장점이라면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 일한 만큼 정직하게 돈을 벌어갈 수 있다는 것, 사내정치 등의 골치 아픈 인간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등이 있겠다. 단점은 앞선 장점들의 역이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자기제어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 하겠다고 한 일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내야 한다는 것, 일한 만큼 돈을 벌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일이 없으면 돈벌이가 힘들다는 것, 네트워크가 부족해서 창의력을 요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업무 상의 한계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나의 일하는 패턴은 고정적인 편이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아침은 커피와 빵, 녹차에 떡 한 조각 정도로 가볍게 먹는다. 내 생활이 자유로울지언정 아침만큼은 남편과 함께 먹는 것. 스스로 만들어 지키고 있는 원칙이다.'
어떠한 상황이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프리랜서는 철저히 '혼자'라는 점이다. 직장생활을 할 때 당연하게 준비되어있던 책상, PC, 사무용품 등을 구비하는 것에서부터 '프리랜서의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나 역시 필드로 나오면서 최신형 랩탑과 주변용품, MS 오피스, 포토샵 정품을 구매했다. 저자는 자신만의 책상을 중요시 여겼는데, 나는 웬만하면 집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 편이라 아직 책상에 대한 욕심은 없다.
저자는 프리랜서의 안정기에 접어든 인물이다. 글을 쓰는 직업인 만큼 축적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분투 또 분투했다. 백수, 스치는 한낱 일용직 노동자 취급을 받아도 자신이 사랑하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아 묵묵히 혼자의 길을 걸어왔다. 또, 일이 끊길 때쯤 되면 채용사이트를 통해 꾸준히 일거리를 찾아나서는 성실함도 그녀의 삶을 지탱해준 버팀목이다.
'이렇게 프리랜서 작가는 가족부터 주변 사람들까지 쉽게 보지 않는 직업이다. 어쩌다 전업 작가나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과 대화해도 마찬가지다. 누구 하나 글 써서 밥 먹고 사는 게 쉽지 않다. 글은 그저 생각한 대로 술술 나오는 게 아니라 공부도 하고 취재도 해서 머리와 마음에 뭔가 그득히 채워야 나온다. 엄청난 노동력이 집약된 일이다.'
프리랜서의 삶을 꿈꾼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이 '자신이 평생 하고 싶은 일, 당장 일거리가 떨어져도 묵묵히 밀고 나갈 수 있을 만큼 사랑하는 일을 찾는 것'이다. 단순히 직장을 다니기 싫어서 도망치듯 나온다면 큰 코 다친다. 하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을 찾고, 거기에 대한 경험과 황무지를 걸어나갈 자신감이 있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무엇이든 경험을 해봐야 자신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를 정확히 판단내릴 수 있을 테니까.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나갈 자신이 있다면 온갖 외부의 스트레스로 그득한 직장생활에서 벗어나도 좋다. 저자가 적은 글들 중 프리랜서의 삶 속에서 느낀 소소(당연)하지만 아름다운 경험들이 있다. 이 문장들이 또 하나의 '프리랜서의 로망을 부추길' 수 있겠지만, 나 역시 너무 공감되어 공유하고 싶다.
'프리랜서가 되면서 좋은 점이 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장단점이 참 많은데, 가장 좋은 점은 마음껏 아파도 된다는 거다. 슬플 때 꺼이꺼이 울 수 있고, 기분이 좋으면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일할 수 있다. 몸이 아파도 회사 다닐 때처럼 점심시간에 밥을 거르고 숨 막힐 듯 뛰어 병원에 다녀오거나 윗사람 눈치를 볼 일이 없다. 언제든 병원에 가서 상한 건강을 치료하면 된다. 옷이 터지면 누구에게 양해를 구할 필요 없이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면 된다. 우울하면 냉장고를 열어 달콤한 것을 꺼내 먹고, 억지로 웃으며 일하지 않아도 된다. 감정이 맑아질 때까지 휴식도 취할 수 있다. 세상사가 버거우면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서재에 틀어박혀 일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잠을 자거나 소일거리를 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대중교통에 앉아 있으면 창밖으로 떠다니는 계절감을 정말 마음 놓고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으뜸이다. 전국을 누비며 살아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철로 위에서 바라보는 그 많은 풍경을, 그 수많은 지역의 풍광을 마음 놓고 몇 시간씩 바라볼 수 있을까? 그렇게 차창에 흐르는 풍경 속 사계는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지없이 아름다웠다. 봄이면 봄대로 해사하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이 감싼다. 가을이면 넉넉한 햇살과 단풍이 넘치고, 겨울이면 절제된 생명력과 차분함이 흩어져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온 세상이 어둡고 축축한 가운데 안도감을 느끼고, 눈이 오면 환상적인 구경거리가 가득하다. 햇살이 쨍한 날이면 어쩐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긍정적인 계절감이 눈에 담긴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쫓기지 않고, 주체적인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의 눈에는 일상의 풍경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법이다. 억지로 눈을 뜨고 원치 않는 타인들이 가득한 지옥철 속에서 경직된 채 하루를 시작하는 직장인의 현실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든 밥벌이는 해야 하니까. 직장인이든 프리랜서든 일을 한다는 명제는 동일하다. 이들의 차이는 업무의 형태일 뿐이다. 자신에게 맞는 형태를 선택하면 그만이다.
프리랜서를 꿈 꾸는 이들이라면 가볍게 읽어볼 만한 책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짧은 경험이지만, 나 역시도 섣불리 프리랜서의 삶을 택하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외로움과 불안을 버텨낼 수 있는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 또 하나 필드로 나와서 절감하게 될 것들 중 하나는, 직장에서의 실적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동료들과의 협업에 의한 결과였다)는 점이다. 여러분의 도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