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책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리뷰

시(詩)로 배우는 인생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시 읽어주는 남자(詩 소믈리에)'라 불리는 시 에세이스트 정재찬 교수의 신간이다. 인생의 다양한 요소들을 반영한 시들을 소개하고 해석한 책이다.



이 책의 탄생 이유는 인생의 해답을 던져주거나 성공을 기약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거나 미소 짓게, 혹은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시의 다양한 효과들을 통해 독자들 스스로가 삶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찾아가게 만드는 '보드라운 자기계발서' 정도로 보면 되겠다.


'시는 유리창과도 같습니다. 닫힌 문으로는 볼 수 없던 바깥의 풍경들을 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리창은 소통의 통로이자 단절의 벽이기도 합니다.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 바람의 숨결을 직접 느끼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라는 말씀입니다. 그것이 시인들과 저의 한결 같은 바람입니다.' - 시작하며(p. 7) 중에서



우리가 문학이나 시를 접하는 것은 직관적인 메시지를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내재된 의미를 깨닫기 위함이다. '-하세요' 식의 나무람 없이, 드라마틱하거나 특별한 사연을 통해 독자들에게 깨달음을 전하는 것이 문학과 시의 특징이다. 특히 시는 함축성이 강해, 시인들이 작품을 내놓은 상황과 이유를 찾아가는 재미를 갖추고 있어 매력적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어렵다'는 말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짙은 마력을 지닌 것이 시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시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독자들의 편견을 누그러뜨리는 책이다. 밥벌이,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 등 다양한 인생의 면면을 표현한 시들의 일부를 소개하고, 그에 대한 친절한 해석과 저자가 살아오면서 겪고 깨달은 것들을 보탰다.


모든 문학이 그러하듯, 시에도 인생이 반영되어 있다. 책에는 시 뿐만 아니라, 에세이와 노랫말도 등장해서 견문 넓히기에도 손색 없다. 정재찬 교수만의 '아름다운 시 강의'를 접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글귀]


안아주기


어디 쉬운 일인가

나무를, 책상을, 모르는 사람을

안아준다는 것이

물컹하게 가슴과 가슴이 맞닿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대, 어둠을 안아 보았는가

무량한 허공을 안아 보았는가

슬픔도 안으면 따뜻하다

미움도 안으면 따뜻하다

가슴이 없다면

우주는 우주가 아니다


- 나호열 <타인의 슬픔>(연인M&B, 2008)


누군가를 안아준다는 게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잖아요. 모르는 사람과 가슴 맞댄다는 건 참 힘든 일입니다. 선의조차 의심받기 쉬운 요즘 세상에서는 더욱 더 어려운 일이지요. 하지만 그 어려운 순간을 넘어 일단 안아주게 되면 슬픔도 따뜻해지고 미움도 따뜻해지는 법입니다. 어쩌면 내가 안은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어둠, 허공, 슬픔, 미움일지 모릅니다. 그것을 다 안아주는 겁니다. 우리 엄마, 아빠, 선생님, 예수님, 부처님이 그러신 것처럼요. 그런 가슴이 없다면 부모가 아니고 스승이 아니고 신도, 성인도 아닐 겁니다. 가슴 없는 우주는 우주가 아니듯이 말이죠.


- p. 252~253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책 <일상의 악센트>, 변화의 중심은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