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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터미널>

차가운 철제건물, 감성박스로 거듭나다

언제 봐도 훈훈한 영화가 있다. 한 편의 영화로 가슴 속으로 스미는 따듯한 온기를 느낄 때면 이상하게 하루가 평온하다. 내게 있어 그러한 영화가 몇 편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터미널>이다. 이 영화를 다시 꺼내어 본 계기는 책 한 권에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책<공항에서 일주일을(히드로 다이어리)>을 읽고 난 후 '공항'을 소재로 다뤘던 영화를 한 편 보고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됐다. 이후 망설임없이 선택하게 된 작품이 바로, 이 영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배우 톰 행크스. 이 두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믿고 볼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는 영화<터미널>. 영화는 제목처럼 터미널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다룬다. 주인공 역시 단 한 명, 빅터 나보스키. 뉴욕으로 향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한 빅터 나보스키는 입국 심사대 앞에서, 뉴욕에 발을 디딜 수 없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이유는,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그의 국가가 사라져버린 상황이 되었기 때문. 뉴욕에 가는 것 뿐만 아니라 고국으로조차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그는 공항에서 생활을 전전하게 된다.



영화는 빅터를 중심으로 그와 잦은 마찰을 일으키는 공항관리국 직원, 프랭크. 우연으로 시작해 첫눈에 빠져 사랑의 대상이 된 여승무원, 아멜리아 등과 맺는 에피소드들로 채워진다. 빅터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차가운 철제건물인 공항의 온도는 따스해진다. 나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빅터 효과'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한 인물의 따스한 마인드가 공항의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터미널>은 가치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많은 관객들로부터 사랑받는 작품이다. 심지어 영화가 취미생활 중 큰 영역을 차지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도 <터미널>은 '언제 봐도 따듯한 영화' 혹은 '좋아하는 영화'라는 수식어를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던 사람들도, 빅터의 엉뚱함에 오해를 했던 사람들도, '반 쯤 미친 사람일 것이다'라며 빅터를 홀대했던 사람들조차도 모두 '빅터 효과'에 감염돼 뜨거운 눈물, 따스한 행동을 취한다.



휴머니즘 영화의 최고라 할 수 있는 영화<터미널>. '쿠데타'라는 최악의 상황마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짓게 만든 힘, 비록 완전한 끝은 아니지만 초특급 미녀와의 사랑에도 빠져 본 매력적인 남자, 훌륭한 실력발휘로 명품 수트도 망설임없이 구매하는 남자, 아버지의 소원을 깔끔하게 달성시켜 준 효성 지극한 남자. 이 모든 면을 갖춘 남자가 한 사람이라는 것에 놀라 마지않는 사람이 몇 있겠냐만은 이 점은 사실이다(최소한 영화에서 만큼은).


매력적인 한 남자가 전하는 터미널 내에서의 프러포즈에 응하고 싶다면, 현실 속 슈퍼맨을 찾고 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터미널을 지나는 순간, 그대 또한 따듯한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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