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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그랑블루>

여전히 살아숨쉬는 명작

사실 뤽 베송 감독은 영화<레옹>으로 우리에게 더 친숙한 인물이다. 하지만 나의 사적인 견해로는, 그의 작품들 중 <그랑블루>가 단연 최고의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그랑블루>를 처음 접한 때는,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그때는 영화를 썩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고, 감상의 눈도 형편없었던지라 단순히 영화의 잔상만을 기억하는 정도로 만족했다. 하지만 그 잔상은 강렬했다. '강렬'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붉은 계열의 이미지들. 가령, 불, 열기, 열정 등이 쉽게 연상되겠지만, <그랑블루>는 심해가 발산하는 파란빛들의 향연이 뚜렷한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영화는 '거대한 푸른빛'을 가득 안고 있다. 프랑스, 미국, 그리스, 페루 등 다양한 국가들을 넘나드는가 하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위대한 프리다이버(free-diver)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관객들에게)가장 강렬하게 각인된 이미지는 '바다'일 것이다. 수많은 배경들과 인물들 모두 결국 '바다에 귀속'돼 있다. 모든 배경은 바다와 이어져있고,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인물들도 바다를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지구의 원형성처럼 인물과 사건, 그리고 배경 모두는 파도가 밀려오고 흩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과 같이, 바다에서 분리되지 못한다.



영화는 바다의 모든 아름다움을 아우른다. 태양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는 바다의 풍광, 깊이에 따라 달라지는 색, 인간과 돌고래가 헤엄칠 수 있는 공간, 즉 모든 생명체를 감싸안아주는 존재 그 자체로써의 아름다움까지 표현된다. 주인공 자크는, 수면 위 반짝임에서부터 심해의 아름다움, 나아가 가장 깊은 곳이 전하는 고요함의 의미를 그녀의 연인 조안나에게 설명한다. 자크의 삶은 지면 위가 아닌, 바다 속에서 이어져왔다. 바다 속에서의 삶은 자크에게 있어 '숙명'과도 같다.


바다의 아름다움 외에도, 영화는 관객들이 경외심을 품을 만한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자크와 엔조의 도전, 경쟁과 우정을 오가는 그들의 관계, 자연 안에 공존하는 동물과 인간의 우정과 남녀의 사랑. 이것들이 <그랑블루>가 지닌 '위대한' 요소들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건, 58분의 러닝타임이 추가된 감독판을 본 후다. 예전 감상들에서의 푸른빛 잔상들보다 영감독판에서는 조금 더 깊숙한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다. 우정과 사랑에 대한 묘사가 한층 더 깊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영화가 찾고자 하는 '인어'는 자크다. 바다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그 안에서의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그는 온 몸으로 바다를 맞이한다. 그를 진정으로 사랑한 조안나는, 자크의 정체성을 인정하며 그를 놓아주고 결국 바다에서 생을 마감한 엔조와는 기적의 재회를 경험한다.



만약 '인어'가 실존한다면, 그들은 돌고래와 가까운 형태와 지능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성싶다. 영화는, 뤽 베송 감독의 오랜 돌고래에 대한 애정과 관찰과 판타지가 뒤섞인 휴먼드라마로 볼 수 있지만, 단순히 상상으로 탄생된 작품으로 짚고 넘기기엔 '놀라운' 반전이 있다. 영화 속 자크와 엔조는, 실존인물 자크 마욜과 엔조 마이오르카를 모티프로 탄생된 인물들이다. 상상에 의한 줄 알았던 상황들이, 실재했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 '현실'이 되레 크나큰 '반전'이었다. 더불어, 수많은 바다 신(scene)들이 CG없이 순수 수중촬영으로 완성됐다는 것 또한 감동이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우정과 사랑이라는 인간관계, 한계를 넘어서려는 도전 등 성찰과 다짐을 아우르는 메시지와 함께 푸른빛의 항연에 심취하게 만들어주는 영화<그랑블루>.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로부터 회자되는 작품들이 '명작'이다. 과연, 이 영화를 두고 명작이 아니다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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