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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필름시대사랑>

보이고 들리지 않아도 믿게 만드는 힘! 사랑, 그리고 영화

만약, 사랑과 영화의 공통점을 찾으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 두 개념의 공통점을 고심해본 적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명확한 답변을 쉽게 내릴 수 없을 것이며 경험에 의한 주관·관념적인 의견들만 늘어놓게 될 것이다.


장률 감독은 <필름시대사랑>을 통해 사랑과 영화의 힘을 강조한다. 그 힘이라는 것은, 보이고 들리지 않음에도 믿게 되는 마법 같은 것을 의미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영화는, 우리에게 당연시되는 보이고 들리는 것들을 해체하고 임의적인 작의를 시도함으로써 우리가 익히 믿고,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색채의 가감, 형태(주제가 되는 소품-사람과 사물-들)와 사운드의 유무, 나아가 스토리텔링까지 채우고 비우는 등 '과감'한 시도를 한다.



끝내, 1부와 4부에서 '사랑'을 두고 이야기할 때는 같은 배경이지만 주 소재가 되는 것들을 배제시킴으로써 관객들에게 앎에 대한 일침과 함께 기억과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이른다. 그럼으로써, 사랑과 영화에는 '정답'이 없고 보이고 들리는 것은 개인에 따라 (같은 상황이라 할지라도)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것, 또한 깨달음의 순간이 오면 보고 듣는 것 그 너머의 '믿음의 순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도 전해주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주연인 박해일, 안성기, 문소리, 한예리의 작품들 위에 '새로운 대사'를 넣어 '기존에 알고 있던 작품들을 재해석'한 3장은 한없이 해학적인 동시에 철학적이었다. 익숙한 것(기억)과 낯선 것(상상력)의 융합이 빚어낸 마법! 또다른 창작물이 된 셈이다. 이렇듯 감독은 또다른 묘기(?)를 부림으로써, 디지털영화 시대의 힘을 보여준다.


관념적인 사랑, 사라져가는 필름시대…. 하지만, 그것들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누군가 명확하게 보여주거나 들려주지 않아도 우리는 그것들이 뽐내는 마법의 힘을 잘 알고 있다.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 바람이고, 물세례를 받지 않아도 소리로 직감할 수 있는 것이 물이다. 그것처럼 보이지 않아도 믿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며, 현저히 줄었지만 독자적인 색감과 깊이를 지니고 있는 것이 필름의 힘이다.


영화를 보면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영화<욕망, Blow-up>의 엔딩신이 연상됐고, 실재와 재현의 관게를 파헤치고자 한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시뮬라크르' 등의 개념도 떠올랐다. 더불어, 시·청각에 대한 '공포'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것들이 정의내린 규정들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한 공포 말이다. <필름시대사랑>은 필자의 관념과 감각을 자극했던 영화다. 뒤통수를 상당히 자극한 작품인 만큼, 여운이 깊었고 그것은 꽤 오래 지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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