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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산티아고, 걷다>

길 위의 천사들이 전한 메시지


<산티아고, 걷다>의 저자 Zoe는 13년간 해온 초등학교 교사직을 관두고 영화와 미술 일, 파라과이 교육단원으로 근무해온 다양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 나 같은 사람은 그녀의 직업 변천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임기를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하지만 부쩍 늘어버린 나이와 한 우물을 파지 못한 짧은 경력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p. 12' 이후 자신감이 줄었고 도전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그녀. 이후, 먹고 살 고민을 하다보니 불면증과 위장병에까지 시달렸다고 한다. 저자는 이때를 기회(?) 삼아 산티아고 걷기 여행을 시작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저자의 산티아고 걷기 여행은 계획과는 전혀 달랐다고 한다. 자연 경관에 압도당한 것 외에도 머리가 비워지고 몸과 마음이 건강을 회복했다. 뿐만 아니라 길에서 좋은 사람(천사)들을 만난 것이다.


이 책은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다. 저자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책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일상적인 동시에 철학적이다. 저자가 감동을 받았듯 나 역시 많은 부분에서 가슴이 흔들렸고, 이 책을 읽은(혹은 읽을) 당신도 감동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개인적으로 <산티아고, 걷다>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이유는 각 챕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영화 속 캐릭터(혹은 상황)와 엮어 표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택한 작품들도 나의 애정작들이 대부분이다. 비슷한 영화 취향도 이 책에 매료된 이유들 중 하나다. 대화가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영화의 명대사들과 저자가 만난 길 위의 천사들의 좋은 말들의 조합은 맛있게 조리된 건강식 같다.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음식처럼, 들을수록 삶의 귀감이 되는 말들이 많다는 의미다.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을 '운명처럼 주어진 기회'라고 말한다. 순례길을 걷는 것뿐 아니라 여행을 떠나면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음을 줬던 지난 날의 여행들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 대단한 수고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일단 나가서 걷고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기를 권한다. 당신이 '발견하고 받아들일' 자세만 있다면 어떠한 여행에서도 성장의 소재를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저자의 경험처럼, 나와 당신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천사들을 만나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책 속에서]


'내가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렵다고 하자 아저씨는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셨다. 사랑하며 사는 것이 인생의 큰 부분이라고...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이언 머피 감독)의 케투 아저씨가 생각났다. (…) 버니 아저씨는 남은 인생이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 p. 37


'"포도밭은 돈이 문제가 아니야. 시간이 문제지. 나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없어. 포도나무는 심고 나서 5년 동안은 거의 가치가 없어. 그 후 20년까지 조금씩 산출물이 있고, 25년 이후부터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포도가 나거든. 너는 젋고 열정도 있으니까 나는 네가 충분히 포도밭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 p. 66


'먹고 살기 위해 원치 않는 것들을 해야만 하는 현실에서 꿈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부질없어 보인다. 그래서 꿈꾸는 사람들은 가슴이 부서지고 삶이 망가진다. 그런데 신기하게 자꾸 다시 꿈꿀 힘이 생기는 것은, 때 맞게 찾아오는 위로 때문이다.' - p. 95


'체험 학습으로든 벌을 대신하는 방법으로든, 세상의 모든 청소년이 걷기를 통해 치유 받고 많은 것을 배우고 건강하게 성장하면 좋겠다.' - p. 119


'체프먼 아저씨는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나에게, 두근거리는 마음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끊임없이 노력하며 사랑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저씨는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아내를 따라 노래를 즐긴다.' - p.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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