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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에세이 <제법 빵빵한 날들>,
귀여운 빵 이야기

위로가 필요하거나 미소지을 만한 책을 찾고 있는 당신께 권함

모양이 어설프고 예쁘지 않아도 빵이 다 맛있듯이 우리의 인생도 각자의 자리에서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책 <제법 빵빵한 날들>은 브랜드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웬만한 빵을 좋아하는 민승지 작가의 그림 에세이다. 평소 '사물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작가가 이번에 선택한 소재는 '빵'. 특히 콤플렉스, 질투 등 돤벽하지 않은 빵들에 대한 애정이 다분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조금은 아릿한 감정이 드는 책이기도 하다.


시작부터 작가의 강점인 그림(일러스트레이션)들이 이목을 사로잡는다. 크루아상부터 코가 탄 코끼리 쿠키, 시식용 빵과 쓸쓸한 빵 등 무려 40여 가지의 빵들이 소개된다. 작가가 빵에 대한 애정이 '빵빵하게' 드러난다. 만화 속 캐릭터처럼 의인화된 빵들 덕분에 사랑스러움과 짠한 감정을 오가는 율동적인 감정의 흐름을 경험하기도 했다.


작가는 빵과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 냈는데, 같은 여성이라 그런지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느꼈다. 이색적인 경험은 '빵을 대할 때의 내 모습'을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그저 맛있는 먹거리로만 생각했던 빵과 그에 둘러싼 것들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는 이 책은 확실히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동의 깊이가 더해졌다. 확실히 남다른 감수성과 시선을 갖고 있는 작가는 코가 탄 코끼리 쿠키, 구멍 난 도너츠, 빵 쪼가리, 개별 포장, 아이싱 안 한 쿠키를 보고 연민을 느끼고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연발했다. 만약 내가 코가 탄 코끼리 쿠키를 손에 들었다면 '탔네, 그래도 먹자'하고 말았을 텐데 말이다.



이렇듯 <제법 빵빵한 날들>은 공감과 남다른 감수성을 가진 글과 귀여운 빵 그림을 만날 수 있는 사랑스러운 에세이다. 레시피, 빵집 소개 등의 정보성 책과는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 소장 가치가 다분한 책이다. 참고로, 작가의 경험을 통한 노하우(ex: 크림빵을 사이좋게 나눠 먹는 방법)도 얻을 수 있다.



끝으로,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글귀를 옮겨본다.



자기의 콤플렉스를 고백하는 사람은 귀엽다. 남이 용기 낸 행동을 귀엽다고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내게도 많은 콤플렉스가 있는데, 그중 하나를 공개하자면 코골이다. - p. 15(코가 탄 코끼리)


언제부터인가 내가 점점 부풀기 시작했다. 이것은 진짜 나일까? 누르면 푹 하고 꺼져 버릴까 두렵다. - p. 47(부푸는 반죽)


나는 5개에 2000원 하는 빵 중 하나. 싸도 너무 싸다. 그렇지만 나를 사러 오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대충이란 없다. 누구를 위해 사러 오길래 저렇게 진지할까? 2000원인 만큼 가벼운 검정 봉투에 대충 담겨져서 간다. 무심하게 한 손에 털레털레 들고 가는 사람들. 흔들거리는 검정 봉투의 리듬에 어쩐지 즐거움이 있다. 나는 2000원에 다섯 개 하는 빵 중 하나지만, 나는 꽉 찬 봉투 안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 p. 58~60(5개에 2000원)


지금은 언제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별을 어렸을 때는 마주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내 주위의 모든 것이 영원할 것처럼 철없이 행동했던 그때가 그립다. - p. 80(계란 한판 서른 살)


나를 먹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닌 것 같아. 포장지를 뜯는 저 눈에 나는 안중에도 없네. 이거 안 먹니? - p. 114~116(포켓몬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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