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사랑스러운 관계라면, 결혼도 좋아.♡
'수짱 시리즈'를 비롯한 대부분의 마스다 미리 작가의 책들이 싱글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데 반해, <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은 부부생활을 다룬다.
아직 세 번째 시리즈는 접하지 못했기에, 1·2권에 대한 리뷰부터 남겨본다. 치에코와 그녀의 남편 사쿠짱은 아주 사이가 좋은 부부다. 사쿠짱은 집에서 구두 수선 가게를, 치에코는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다. 이 둘은 각자 업무에 집중하고, 치에코의 퇴근길에 동네 수퍼마켓에서 만나 그날의 저녁거리를 쇼핑한 후 함께 귀가한다.
사실, 부부생활에 있어 큰 이벤트가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제목에도 표현돼 있듯 '소소함'이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형태에 가장 걸맞은 수식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그것을 만끽할 줄 아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맛있는 요리와 디저트를 먹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하고, 이따금씩 여행을 떠나는 것. 소소해보이는 생활들이지만, 이 순간들이 행복의 요소가 되고, 나아가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것이 가족의 역사이자 행복 아닐까.
치에코와 사쿠짱의 관계는 꽤나 조화롭다. 가령, 초콜릿(단 맛의 디저트류)을 좋아하는 치에코는, 사쿠짱에게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준 초콜릿의 대부분을 (야금야금, 알게 모르게)자신이 다 먹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쿠짱은 그런 그녀에게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8화. 초콜릿을 먹는 방법〃. 사쿠짱은 누구를 만나든지간에 편견 없이 일관된 모습으로 상대를 대하는 반면, 치에코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러하듯)타인에 의해 곧잘 스트레스를 받는 유형이다(그래서 그녀는, 혼자 차나 디저트를 즐기러 퇴근길에 카페에 들르는 경우가 많다). 모퉁이길을 돌 때도, 사쿠짱은 직각으로, 치에코는 둥글게 돈다. 이런 둘은 다른 성향이라 작은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해나간다.
퇴근길에 맛있는 것을 발견하면 사쿠짱을 위해 구입하고, 사쿠짱은 치에코의 퇴근시간 전에 치에코를 위한 소소한 소일거리를 해놓거나 외출 시 달달한 디저트를 사둔다. 각자의 시간과 공동의 시간을 잘 보내면서 부부생활을 잘 해나가는 이들. 이들의 따듯한 매일이 그려진 <치에코의 소소한 행복>시리즈는, 그야말로 사랑스럽다. 뜨겁거나 차갑지 않은 온도. 따듯한 온도와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5월의 봄날 같은 날씨. 치에코네 집의 분위기를 이렇게 묘사하고 싶다.
떨어져 있어도, 늘 서로를 생각하며 서로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예쁜' 부부. 이들 부부의 생활들을 엿보니, 결혼! 경험해보고 싶기도 하다. 물론, 대부분의 날들이 행복들로 채워져 있지만, 사소한 다툼들도 잦다. 하지만, 나와 다른 타인과의 생활에서 다툼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그&그녀이기에, 평생 함께이기로 약속한 관계이기에, 배려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빨리 세 번째 시리즈를 만나보고 싶다. 거기에는, 이 둘의 연애시절 에피소드도 담겨 있을테니….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마중 나와주는, 달밤의 길을 걸어서 같은 집으로 돌아가는 커다란 행복' 나도 이제 만끽할 때가 된 건가?
[책 속에서]
치에코 씨는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쿠짱이 채워줄 걸 아니까 이 옷을 사는 거구나, 하고. 남편 사쿠짱이 자신의 삶에 반드시 있을 거라고 아무런 의심 없이 살고 있는 나날들. - 110쪽
치에코 씨와 사쿠짱이 결혼하기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때 사쿠짱은 아직 자기 가게가 없었고 다른 사람의 구두 수선점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일이 끝나면 약속을 정해 만나고 서로의 집에서 자기도 했습니다. 연인으로 지내는 시간도 즐거우니까 '조금 더 이대로 지내도 괜찮을 것 같아.' 치에코 씨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밤. 사쿠짱 집에서 샤워를 한 치에코 씨는 어떤 물건을 본 순간 사쿠짱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제까지보다 훨씬 커져 당장이라도 결혼하고 싶어졌습니다. 치에코 씨가 본 것은 세면대에 있던 사쿠짱의 칫솔이었습니다. 칫솔 끝이 다 떨어져 엉망진창이 돼 있었습니다. - 136~138쪽
치에코 씨는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관이든 전철 안이든 비행기 안이든 이렇게 사쿠짱과 나란히 앉는 좌석은, 거기가 어디든 집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해지는구나. - 54쪽
슬쩍 옆 테이블을 보니 한 노인 부부가 있었습니다. 치에코 씨는 문득 슬퍼졌습니다. 왜냐하면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 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