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톰보이> 리뷰,
나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파란색과 자동차(운전), 축구를 좋아하는 10살 아이 '미카엘'(조 허란). 싸움도 곧잘 해서 여동생을 괴롭히는 아이는 혼쭐을 내준다. 예쁘장한데 강인함도 갖춘 이 아이. 만화 속 주인공 같은 이 아이의 매력에 푹 빠져 넋을 잃고 있던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고 말았다.


이 아이는 여자였다. 소년이 되고 싶은 소녀 로레는 친구들에게 자신을 미카엘이라 속이고 남자답게 행동한다. 아직 신체발육이 완성되지 않아서 웃통을 벗어도 여느 남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때문에 친구들은 로레가 여자일 것이라는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내가 느꼈듯이. 심지어 좋아하는 여자친구도 생긴다.



로레의 이중생활은 동네 남자 아이와 싸운 날 들통난다. 로레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친구의 엄마가 로레의 집에 방문해 "당신 아들이 우리 아이를 때렸다"고 말한 것이다. 남자 아이 행세를 하고 다닌 것에 화가 난 엄마는 로레에게 원피스를 입히고 로레가 속인 친구들의 집을 찾아가 사과하게 한다. 이는 정체성을 선택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자유)에 대한 침해이자 폭력으로 볼 수 있다.


성(性)은 천부적으로 주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주어진 성역할과 의무에 맞춰 살아간다. 여자 아이는 치마를 입고 분홍색을 좋아해야 하며 인형놀이를 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이는 로레의 동생 '잔'(말론 레바나)의 모습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로레는 주어진 대로 살아가지 않는다. 스스로 원하는 모습을 찾아 나서는 당당한 아이다.


천상 여상스러운 로레의 동생 잔


이 영화는 서스펜스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로레의 일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조마조마하며 지켜보게 된다. 특히 로레와 놀다 온 잔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한 아슬아슬한 고백은 관객의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톰보이'는 활발하고 남성스러운, 또는 그것을 지향하는 10대 소녀를 가리키는 단어로 로레 그 자체를 뜻한다. 하지만 로레를 남성이 되고 싶어하는 소녀로 판정해서는 안 된다. 영화가 보여주는 로레는 정체성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소녀일 뿐이다. 즉 로레의 현재는 성 정체성에 대한 체득기인 셈이다.



<톰보이>는 셀린 시아마 감독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다. 감독은 어린 시절 짧은 머리카락과 말괄량이 같은 모습 때문에 종종 남자 아이로 오해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오해가 내게 줬던 자유로움을 기억한다"고 고백했다.


감독의 자전적 영화에 가까운 <톰보이>는 감독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이 국내에 인기를 끌면서 국내 첫 정식 개봉됐다. 이 작품은 10살 소녀의 성장영화이자 퀴어영화 그 어디쯤에 놓인다. 어린 시절, 한 번쯤 다른 성에 대한 호기심을 품어봤던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볼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아이 캔 온리 이매진>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