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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

마스다 미리의 '체험 여행'기

3, 40대 싱글녀들의 마음을 잘 아는 우리들의 '언니'! 마스다 미리. 그녀의 만화에세이는 언제나 나의 취향을 저격! 한다. 연애, 직장(사회)생활, 결혼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그녀의 책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여행 에세이'들―'주말엔 숲으로', '잠깐 저기까지만,', '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을 특히 좋아한다. 이유는, 나 또한 소소한 여행들을 좋아하고, 그 속에서 얻는 깨우침은 상당하기 때문에 작가의 책들을 접하면서 상당 부분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 사실, 작가가 떠나는 여행지는 국내(일본)가 대부분이라, 읽어도 그 풍경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등의 기적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녀의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의 성찰 때문이다.


<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은 그녀의 여행 에세이들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유는, '체험'이 깃들어있는 여행들이기 때문이다. 너나할 것 없이 들르는 관광지가 아닌, 작가가 해보고 싶었던 '위시 리스트'를 실행한 '꿈의 여행'들이 이 책에서 다뤄지는 소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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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사계절에 걸맞은 체험 여행기를 읽는 동안, 마치 그녀를 따라다니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녀와 함께 꿈을 이뤄가는 기분이랄까. '큰소리대회' 참가, '산에노시마 수족관'에서의 해파리와의 1박, 베토벤의 '교향곡 9번 대합창' 등 이색적인 체험을 한 그녀다. 체험 자체에도 의미가 있지만, 그 활동들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워나가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여행을 통한 사색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몇 문장들을 공유해본다.


'살아가면서 많은 실패나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지만, 상관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생각이 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뭐든 용서하고 언제나 착하게 살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76쪽)'


'흔히 기회의 신은 앞에만 머리카락이 있어서 지나간 뒤에 잡으려고 하면 뒷머리가 없기에 잡지 못한다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93쪽)'


'평소 일상생활에서 해야지, 해야지 생각했던 일을 하지 못하고 지내다 보면 마치 먼지처럼 마음속에 쌓이는 것 같다. 독서도 그렇다. 이것도 읽고 싶고 저것도 읽고 싶어 산책이나 다른 사람이 재미있다고 추천한 책, 점점 방에 쌓여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소중한 것을 잊은 채 혼자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 같은 불안한 기분이 든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그렇다면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여행지에서의 독서도 좋다. (114, 115쪽)'


'밤에는 계속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 왠지 마음이 든든해진다. 실패했을 때의 대처법을 몇 가지 습득한 것처럼 안심이 된다. (115쪽)'


'다음은 원내 전시판에 적힌 마키노 도미타로의 말이다. "사람의 일생에서 자연과 가까워지는 것만큼 유익한 건 없습니다. 인간은 원래 자연의 일원이므로, 자연에 녹아 들었을 때 비로소 살아 있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평생을 한 가지 일에 매진한 사람의 말은 언제나 묵직한 느낌이 든다. (119쪽)'


'"자기 목소리를 들려주려고 하지 마세요. 다 함께 부르는 것이 합창입니다." 문든 조화에 대해 생각했다. 음악도, 사람과의 사귐도 그런 것이 중요한 법이다. (129쪽)'



이 외에도 다양한 성찰과 다짐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 여행에세이다. 이 책을 통해, 역시나 '여행은 성장의 동력'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 여행들이지만, 깊은 울림을 지닌 <마음이 풀리는 여행>. 마음을 다잡고, 나도 작은 여행을 계획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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