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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리본>,
추악한 인간군상을 그려낸 영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작품들은 현실 공포를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 이유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뒤틀린 관계를 통해 현실의 민낯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퍼니게임> <피아니스트> <히든>이 충격과 논란을 안겨준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하얀 리본> 역시 심장을 덜컹거리게 만드는 영화다. 독일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통해 어두운 인간 본성과 순수에 대해 질문한다. 끊이지 않는 다양한 사건들이 142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촘촘하게 메운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하얀 리본'은 역설의 상징이다. 순결과 순수를 강요하는 목사가 자녀에게 묶어두는 것이지만, 실상은 무의미한 동시에 족쇄와 같다. 이는 아이들의 거짓과 악행을 막기 위한 어른들이 내리는 벌의 일종이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20세기 초 하얀 리본을 아이들의 교육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벌을 내리는 집단이 권위와 폭력으로 무결한 집단을 억압한다는 점이다.



연이어 발생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과 하나둘씩 공개되는 권력층의 이면이 찝찝한 기운을 선사하는 영화는 근원적인 공포를 자극한다. 보이지 않는 폭력의 집단이 초래한 섬뜩한 결과를 보여주는 <하얀 리본>은 진짜 현실을 반영한다.



흑백으로 펼쳐지는 영화는 한 남자의 낡고 어두운 회고담을 표현한 동시에 절제와 객관적인 시선을 선사한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뤘다지만, 우리는 이미 현실성 다분한 이야기임을 알고 있다. 폭력성에 길들여진 탓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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