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45년 후>, 옳은 선택이었을까

뒤늦게 알아버린 남편의 첫사랑

다정한 부부 케이트와 제프는 45주년 결혼기념파티 준비에 여념이 없다. 파티를 일주일 앞둔 어느 날, 제프는 그의 첫사랑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후, 제프는 과거회상에 잠기게 되고, 케이트는 파티 준비를 하면서도 남편의 행동에 불안함을 느낀다. 파티가 가까워지메도 불구하고 파티준비는 케이트만의 몫으로만 남게 된다. 낭만적이며 기쁜 설렘으로 준비되어야 마땅할 그들의 결혼파티는 불안과 불신으로 자리잡혀간다.



케이트와 제프는 45년이라는 기나긴 부부관계를 유지해왔다.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믿었던 둘은,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서로 다른 생각에 잠기게 된다. 케이트는 제프에게, 과거 자신의 첫사랑이 죽지 않았다면 그녀와 결혼했을 것이냐고 묻는다. 그 질문에 대해 제프는 '결혼했을 것'이라 답한다. 이 대화는 부부의 침실에서 이뤄진다. 그들의 대화 신은, 일순간 낯설고 불편하며, 나아가 불쾌한 감정으로까지 이어진다. 케이트의 심경은 어떠했을까?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직면한다. 남편을 사랑하지만, 옛사랑에 잠겨있는 그를 지켜보는 그녀의 마음…. 더욱이 되돌릴 수 없는 이유들에는, 그들이 함께 해 온 45년이라는 오랜 세월과 며칠 후에 있을 결혼파티 등이 있다. 자신을 가장 최고의 사랑으로 여겨 결혼을 선택했고,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지금까지 연이어왔다고 믿었던 케이트는, 제프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45년이라는 세월에 대해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인상깊은 장면은 영화의 엔딩 신이다. 다행히도 이들은 결혼파티를 무사히 진행한다. 제프의 겉과 속이 다른 축하멘트가 인상적이다. 그는, 케이트와의 결혼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하객들에게 공표한다. 하지만, 그의 '진짜' 속내를 아는 이는 케이트 한 명 뿐이다. 케이트는 제프의 멘트가 사실과 다름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속앓이한다. 배신과 분노로 가득할 그녀의 마음은, 제프와의 댄스를 '가볍게' 뿌리치는 것으로밖에 표현이 안 된다. 주변의 시선, 오래토록 유지해 온 배우자와의 관계, 일방적인 사랑을 해왔음에 대한 배신감 등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온갖 쓰라림의 감정들이 뒤섞인 그녀의 속마음. 감정이입을 해보려 해도, 그녀의 진짜 슬픔을 그 누가 온전히 알 리 있겠는가.


영화를 보는 내내 착잡한 심경이 온 몸을 굳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여자이다보니, 케이트의 내면과 동선에 맞춰 감상이 진행됐다. 내가 그녀의 입장이었더라도, 사랑을 이어 온 시간과 거스르기에는 늦다고 여겨질 '선택' 때문에 별 다른 행동을 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사랑의 결실은,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으로 완성된다. 최상의 옳은 선택을 했다고 여길지언정 세상에 완벽한 선택이란 없을 것이다. 영화<45년 후>는, 인륜지대사라 불리는 결혼에 대한 선택과 그 이후의 시간들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중 하나를 꼬집어낸다. 아직 미혼인 필자에게 이같은 영화는 귀감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을 초래하게도 만든다. 어찌됐든, 케이트와 제프의 사례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문제가 아님은 확실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