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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원작 작가와 감독의 이야기가 더해진 리뷰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장애와 비장애인의 특별하고 힘든 사랑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조금은 날려버린 작품이다. 물론, 관념을 완벽히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그들의 청춘을 푸르게 보여주기도 한다. 이 작품이 있게 만든 첫 번째 주인공은 원작 작가, 타나베 세이코다. 그녀가 쓴 20페이지 가량의 동명 단편소설이 영화의 원작이다. 소설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츠네오가 언제 조제를 떠날지 그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곁에 있는 동안 그녀는 행복하고, 또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제가 행복을 생각할 때 그것은 그녀에게 죽음과 같은 말처럼 느껴진다. 완벽한 행복이란 죽음 그 자체와 같다."



어쩌면 위의 구절은, 조제가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즉 사랑은 신체적 장애의 여부와 무관하게 이별이라는 걸 안겨다준다. 생이별이 아닐지언정, 우리는 언젠가 상대의 죽음에 의해 사별이라는 걸 경험한다. 우리가 누군가와 사랑을 나눌 때 '행복'을 느끼는 것은 사랑 '중'일 때다. 상대가 떠나든, 내가 떠나든 이별 이후에는 '행복'도 함께 달아난다. 좋았다면 추억과 그리움이, 나빴다면 부정적인 감정이 남을 뿐이다.



작가 타나베 세이코는 그녀 특유의 유머와 냉소적인 시선이 뒤섞인 '쿨한 사랑 이야기'를 많이도 적어냈다. 문체마저 간결한 그녀의 소설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착잡함을 이끌어낸다. 어차피 모든 사랑에는 끝이 존재하는 법이니, 사랑 중일 때만큼은 계속 행복하자는 거다. 어떠한 장애와 결핍을 안고 있든지간에, 사랑을 함으로써 누구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죽음마저 초월할 만큼 강한 힘을 지닌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그녀다.


그렇다면, 그녀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영화에 대한 연출 변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러브 스토리인 동시에, 사랑이 어떻게 한 소녀를 변화시키는지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조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판타지를 만들어내지만, 그 환상은 곧 깨져버리고 현실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 현실 속에서 조제는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행복과 가장 큰 절망을 발견하지만, 그녀가 절망을 느낄 때 그녀의 약함 뿐 아니라 그녀의 용기 또한 모습을 드러낸다. 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너무 많은 감정의 기복이 있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되기를 원치 않았다. 내 목표는 영화가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그들이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함께 겪으면서, 시작한 곳으로부터 이만큼 왔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사랑을 묘사하는 것은 사람의 성장을 묘사하는 것이고, 또 삶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작 소설이 두 청춘 남녀의 사랑에 집중해 해피 엔딩인데 반해, 영화는 언해피 엔딩으로 종결된다. 이렇게 다른 결말을 만들어 낸 이는,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 '와타나베 아야'이다. 어찌됐든, 이같은 언해피 엔딩의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에 의해 '사랑의 고통을 통한 성장영화'의 색도 더해졌다. 성장에는 통증이 동반된다. 타인의 도움 없이는 외출조차 힘들었던 츠네오는, 방 바깥(현실)과 마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 무엇보다 가장 값진 사랑을 경험한다.




이쯤 되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껏 이 영화를 보며 조제에게 측은지심을, 츠네오에게 수오지심(과 비슷한)을 느꼈다면 자신을 똑바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제의 신체적 결핍은, 우리가 이별을 경험하면서 느꼈던 아픔의 상징임을 간과하지 말자. 그리고 우리들은 츠네오였던 적도 있다. 상대에 대한 사랑이 먼저 식어서 그(혹은 그녀)에게서 도망친 적이 없냐는 말이다. 혹시 영화를 감상하게 된다면, 조제와 츠네오 각각에게 감정이입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전 감상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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