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멋진 하루>

하루동안의 산전수전

옛 연인의 하루 재회기를 다룬 영화<멋진 하루>는,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희수는, 옛 연인 병운에게 발려줬던 돈 350만원을 받기 위해 그를 찾아간다. 둘의 재회는 단 하루동안이지만, 참으로 다이내믹하다. 당장 수중에 돈이 없는 병운은, 여자 인맥을 총동원하여 빚갚기를 실행해나간다. 희수는 병운과 동행하면서 온갖 '꼴'을 경험한다. 병운의 '돌려막기식 빚갚기' 방식은 어처구니없게도 성공에 이른다.

영화<멋진 하루>의 인물과 상황 모두는 불편함을 배경으로 한다. 옛 연인이 재회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편한데, 더군다나 그들은 채권자와 채무자 관계다. 비록, 헤어진 연인이긴 하지만, 병운과 얽힌 여자들을 만나러 다니는 희수의 마음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돈을 받기 위해 왔다곤 하지만, 희수에겐 과연 그 마음이 전부일까? 병운의 희수에 대한 감정은 또 어떨까?

이렇듯 영화는, 이별 후 재회담을 병운이 먹고싶었던 점심메뉴처럼 '담백하고 느끼하지 않게' 위트있게 담아낸다. 주인공들은 황당하고 짜증을 유발케만드는 상황들과 연속적으로 마주하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들은 실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다. 더불어, 옛 연인을 떠올리며 회상에 잠기는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웃기긴 한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불편한 웃음거리를 제공하는 묘한 매력의 로맨스다.

결코 멋있지 않은 희수와 병운의 재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의미있는 하루였다. 옛 연인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삶을 살아왔던 남녀임을 늦게나마 깨달은 것이다. 배짱 두둑한 뺀질남 병운 역을 맡은 하정우와 마음 속 온갖 천불을 참아내는 희수의 역을 맡은 전도연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여느 연인에게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하루동안의 산전수전을 유쾌하게 담아낸 <멋진 하루>. 볼 때마다 느껴지는 감정들은 비슷한데, 이상하게 질리지 않는 매력 때문에 이 영화는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