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나티네>,
이토록 순수한 폭력물이 또 있을까

기타노 다케시의 연출작들은 폭력이 난무한 동시에 순수하다. 그래서 감히 '사랑스러운 영화들'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여느 폭력물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잔인하고 강렬하게 표현할까를 고민하는 데 반해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들은 허식을 드러내고 단순하게 진행된다.


<소나티네> 역시 그렇다. 피 터지는 폭력과 총질, 죽음이 끊이지 않는 영화이지만 미소 짓게 만드는 장면들이 이따금씩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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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 중간 보스인 무라카와(기타노 다케시)는 조직을 위해 충성하지만 은퇴도 생각 중인 인물이다. 보스의 명령으로 부하들과 오키나와로 떠나게 된 그. 그 과정에서 많은 부하들을 잃고 작은 바닷마을에 은거하는 상황에 처한다. 졸지에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게 된 무라카와와 부하들.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조직원들의 모습에서 천진난만함을 엿볼 수 있다.


<소나티네>는 역설의 미학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잔혹성과 순진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들의 교감은 인간의 본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이 영화가 고찰하는 소재는 삶과 죽음의 의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무라카와는 의미심장한 언행을 통해 죽음을 예고한다. 허무맹랑한 일상을 걷는 그는 죽음을 통해 삶을 초월하려는 듯 보인다.



무라카와(기타노 다케시)가 진짜 멋있는 이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고한 시민에겐 어떠한 폭력을 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적의 대상이나 죄인은 조용히 없애지만 보호받아야 할 대상은 철저히 지켜낸다.


멋을 들이지 않아 더 멋있는 하드보일드 영화 <소나티네>. 뜨거운 가슴을 지닌 한 남자의 삶을 엿보고 싶다면 감상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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