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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귀여운 동물들>

왓챠에서 감상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귀여운 동물들>은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제목만으로는 동물들의 사랑스러운 면을 늘어놓았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감상해보면 반전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귀여운 동물들이 등장한다. 영상은 인간이 동물들에게 귀여움을 느끼는 세 가지 이유를 설명하고 그에 걸맞은 동물들을 소개한다. 외모가 귀여운대왕판다, 슬로 로리스, 사막여우와 해달, 어설픈 행동이 사랑스러운새끼 아프리카코끼리, 펭귄, 코알라, 독특한 소리가 눈길을 끄는 침팬지와 벌새, 앞선 모든 매력을 다 갖춘고양이가 등장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기획 의도는 동물들의 귀여움을 나열하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가 귀엽다고 느끼는 동물들의 특징이 실은 '생존에 필수적인 것'임을 알리는 데 있다.




외모가 귀여운 동물들



우리에겐 귀여운 대왕판다의 큰 머리와 눈은 야생의 적에게는 위협적인 대상이다. 판다는 육식동물로 탄생(이빨과 발톱을 보면)했지만 육식을 거부하고 대나무를 먹고 살아간다. 이 진화 과정에서 대왕판다의 배는 대나무 줄기 등에 긁히지 않기 위해 풍만하고 단단해졌다. 우리가 대왕판다에게 귀여움을 느끼는 요소가 실은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


슬로 로리스는 간지러움을 당하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인기 스타가 된 영장류다. 큰 눈이 매력 포인트인 슬로 로리스. 하지만 그 큰 눈이 사냥의 무기가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야생동물인 슬로 로리스는 동공 확장해 밤사냥을 한다. 사냥한 곤충, 새 등의 머리부터 뜯어먹는 모습은 섬찍하기 그지없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슬로 로리스는 독을 품은 유일한 영장류라는 것. 그 독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다고 하니 함부로 간질이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동물원의 인기 스타 사막여우. 사막여우의 트레이드마크는 몸집에 비해 큰 귀다. 크기가 큰 만큼 사막여우의 청력은 뛰어나다. 덕분에 모래더미 속에 있는 먹잇감까지 찾아내는 탁월한 사냥꾼이다. 또한 얇고 큰 귀는 서식지인 사하라사막의 찜통 같은 더위를 견딜 수 있도록 열을 증발시키는 기능을 한다.


복슬복슬한 털을 지닌 해달 역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동물이다. 털은 물 속 생활이 대부분이고 체지방이 적은 해달의 체온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어설픈 행동이 사랑스러운 동물들


우리는 새끼 동물이 생존(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어설픈 행동에 사랑을 느끼곤 한다. 어린 아이가 걸음마를 떼는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에 귀엽다고 느끼고 때론 감동한다.


다양한 역할을 하는 코끼리의 코는 뼈가 없고 엄청난 근육으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갓 태어난 코끼리는 주체할 수 없는 코 때문에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모습에 우리는 사랑스러움을 느끼지만 실은 코끼리의 혹독한 적응 과정이다.


펭귄은 뒤뚱거리는 걸음 때문에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동물이다. 몸집에 비해 짧은 다리와 작은 발은 육지에서 뒤뚱걸음을 걸을 수밖에 없는 신체구조다. 하지만 펭귄의 진면모는 물 속에서 발휘된다. 펭귄은 40km의 헤엄 실력과 30분 정도(황제펭귄)의 잠수 능력을 갖추고 있다. 마치 물 속을 날아다니는 것 같은 광경을 자아낸다. 육지에서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듯 보이는 발은 헤엄칠 때 방향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고 보면 펭귄은 뛰어난 수영선수이자 잠수부다.


코알라를 떠올리면 나무를 껴안고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 그들이 나무를 껴아는 이유는 37도를 웃도는 호주 밀림 지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본능이다. 약 4도 정도를 낮춰주는 나무를 껴안음으로써 무더위를 견뎌내는 것이다.




독특한 소리가 눈길을 끄는 동물들



인간은 진화 과정을 위해 유인원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실험을 해왔다. 그 중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의 웃음소리는 고릴라 등의 다른 유인원이 단순한 데 비해 다채로웠다. 이 연구를 통해 웃음이 인간 진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튜브에서 벌새의 코 고는 소리(?)가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하지만 진실은 산소를 들이마실 때 나온 자연스러운 소리였다. 몸집은 작지만 깨어있을 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벌새는 잘 때 극단적으로 에너지를 줄이기 때문에 아침이면 부활하는 것처럼 산소를 들이마시게 된다. 이때 나는 소리가 코 고는 소리로 오해받은 것이다.




모든 귀여운 요소를 다 갖춘 고양이


오랜 시간 동안 인간과 함께 해온 고양이. 때문에 우리를 '너무 잘' 안다. 큰 눈과 우아한 몸짓, 갸르릉대는 소리는 앞서 소개한 귀여움의 요소를 모두 갖춘 고양이. 대개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이지만 아플 때, 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갸르릉대기도 한다. 아플 때 갸르릉(자주파) 소리를 내는 것은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또 집사로부터 먹이나 마사지를 얻어내기 위해 갸르릉대기도 한다(생존력 갑!).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동물들의 귀여운 외모와 행동들이 실은 생존을 위한 것임을 일깨워주는 다큐멘터리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물들>. 감상하며 연거푸 웃었고(사랑스러워서) 새로 알게 된 정보들에 똑똑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소개된 동물을 좋아하거나 그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감상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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