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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에세이
<책, 이게 뭐라고(읽고 쓰는 인간)>

<책, 이게 뭐라고>는 장강명 소설가가 읽고 쓰는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에세이다.



읽고 쓰는 것에 대한 작가 나름의 엄격한 기준과 사상이 반영된 책이다. '읽기와 쓰기가 말하기와 듣기보다 우월한 행위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아마 그것은 이성과 감성, 자유와 평등처럼 가끔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여도 어느 쪽이 다른 쪽을 지배해서는 안 되는 수단이고 가치일 것이다.' - p. 43


작가는 독서와 글을 강하게 믿는다. 심지어 이 행위로 사람을 판단하기도 한다고. '사람이 표정과 목소리에 진심을 실을 수는 있다. 그런데 한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에 늘 진심이 담기는 걸까? 모사드 국경쯤 내공을 쌓으면 위장을 간파할 수 있을까? 나는 사람을 판단할 때 말하기와 듣기보다는 읽기와 쓰기 쪽을 더 선호한다. 검증이 더 쉬우니까. (…) 다른 사람의 진심이나 역량을 단숨에 간파하는 능력보다는, 표정이나 목소리로 상대를 판단하려 들지 않는 신중함과 겸손함을 얻고 싶다.' - p. 124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점은 작가의 뚝심과 신조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책과 영화에 대한 대중(혹은 인터뷰 상대)들의 의견들에 동조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힘 있게 밝힌다.

'<인간 실격>은 요조에게는 인생 책이지만, 나는 싫어한다. 주인공 오바 요조도 싫다. 내가 싫어하는 소설 주인공 두 사람을 꼽으라면 오바 요조와 홀든 콜필드다. 두 캐릭터가 공통적으로 품은 비대한 자의식과 끝없는 자기연민이 가당찮고 짜증스럽다. 어쩌면 내게 그런 면이 있어서 더 불쾌한지도 모른다.' - p. 238


그리고 너무 공감돼서 미소를 지었던 부분.

'고전은 독자에게 얌전하게 교훈을 던져주지 않는다. 그들은 독자들이 피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시비를 건다. 자신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이 존재가 무슨 의미인지 알아맞혀보라고 묻는다. 그것이 고전의 힘이다.' - p. 240


<책, 이게 뭐라고>를 읽으면 문학에 대한 어느정도의 상식을 넓힐 수 있다. 유명한 소설과 그에 어울리는 예술 작품들이 소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발견한 책들만 읽어도 지금보다는 분명 (조금은)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작가의 옳은(내가 동의하는)생각들이 반영된 좋은 글귀들도 많다.



'예의는 감성의 영역이며, 우리는 무례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윤리는 이성의 영역이며, 우리는 비윤리적인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비판 의식을 키워야 한다. 전자도 쉽지 않지만 후자는 매우 어렵다. 직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윤리에 대해서는 보편 규칙을 기대해볼 수 있으며, 온갖 암초 같은 딜레마를 넘어 우리가 어떤 법칙을 발견하거나 발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의는 끝까지 그런 법칙과는 관련이 없는, 문화와 주관의 영역에 속해 있을 것이다.' - p. 55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자기 작업 전반에 일관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역이 참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말이다. 즉, 내게 일관된 주제가 있다는 사실은 내가 지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보장을 해주지는 못해도 그에 대한 희망은 품게 한다.' - p. 259


장강명 작가가 꼽은 '내 인생의 책'

<악령> 도스토옙스키, <블랙 달리아 1·2> 제임스 옐로이,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제임스 M. 케인,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끝없는 이야기 1·2> 미하엘 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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