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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틴 에덴> 리뷰

오랜만에 만나는 이탈리아 클래식 무비

계급의 갈등을 예술로 풀어낸 영화


<마틴 에덴>은 20세기 중반 이탈리아, 주먹 하나만큼은 최고인 선원 '마틴 에덴'이 상류층 여자 '엘레나'와 사랑에 빠진 후의 변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잭 런던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담은 것으로, 원작의 배경이었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의 캘리포니아를 1950년대 나폴리로 옮겼다. 배경을 바꿀 수 있는 이유는 원작이 시공간의 제약을 차치해도 될 만한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틴 에덴>이 다루는 주제는 무엇일까. '계급 간의 갈등'이다. 계급은 교육과 성장, 사랑, 인간관계, 문화 와 정치 등 영화가 다루는 다양한 소재를 아우르는 핵심 소재다.



마틴 에덴과 엘레나는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즉 둘은 '만나서는 안 될' 관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등학교 중퇴 수준의 교육 밖에 받지 못한 마틴 에덴과 아카데믹 교육을 받아온 엘레나는 사회적 시선에서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여느 로맨스가 그렇듯 둘은 깊은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졌지만 둘은 끊임없이 살아온 환경, 즉 교육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심지어 엘레나는 마틴 에덴에게 '재능이 있어도 교육을 받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마틴 에덴은 부단한 노력 끝에 성공을 맛본다.



마틴 에덴의 재능은 '글'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지식인의 영역인 작가는 마틴 에덴과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다. 하지만 그는 신분 상승과 엘레나와의 사랑을 거머쥐기 위해 열정을 가한다. 결국 성공했지만 계급을 얻었다고 하기엔 꺼림칙한 구석이 있다. 그러나 마틴 에덴은 계급의 벽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재능인들에게 영웅 같은 존재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인물이다.



<마틴 에덴>은 근래 만나본 가장 클래식한 영화다. 195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택한 만큼 시대상을 충분히 반영한 것이 인상적이다. 재개봉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고전적인 영화는 1950년부터 쇠퇴기를 걸었던 네오리얼리즘 직후의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비토리오 데 시카, 루키노 비스콘티,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등 이탈리아의 거장들의 작품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16mm와 35mm로 촬영한 것 역시 클래식한 매력을 가중시켰다.


그렇다고 클래식만 추구한 것은 아니다.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은 다큐멘터리 아카이브 영상을 삽입하는 등 대담한 실험 정신을 발휘해 관객의 정서를 자극했다.


<마틴 에덴>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특히 '마틴 에덴 그 자체'라고 칭할 수 있는 루카 마리넬리의 연기는 2019년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를 제치고 볼피컵 남우주연상을 거머쥘 만큼 훌륭했다. 연기력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알랭 들롱', '젊은 시절 로버트 드 니로'라는 별칭을 얻은 차기 스타 배우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그의 귀추가 주목된다.


오직 한 여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펜 하나로 세상에 맞선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마틴 에덴>. 계급의 갈등과 신분 상승을 문화와 예술로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클래식하고도 멋스러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이지만 남다른 연출로 색다른 느낌을 전하는 영화다. 개봉은 10월 29일.



<마틴 에덴>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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