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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매의 여름밤> 리뷰

우리 모두의 일기장 같은 영화

특별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한 가족의 일상을 보여주는 <남매의 여름밤>. 이 영화는 오랜 기간 입소문을 타고 관객들의 애정을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토론토 릴 아시안 영화제, 홍콩 아시안 영화제, 토리노 영화제, 낭트 3대륙 영화제, 마르델플라타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대중과 평단 모두를 만족시킨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바로 모두의 보편적인 삶을 반영해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특정한 타깃이나 취향을 두지 않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류 보편적인 이야기는 관람객에 따라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하게 만든다.


<남매의 여름밤>은 방학 동안 아빠 '병기'(양흥주)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 얹혀살게 된 남매 '옥주'(최정운)'와 '동주'(박승준), 이혼을 결심하고 할아버지 집에 돌아온 어린 남매의 고모 '미정'(박현영)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크게 두 남매 집단의 일상을 그리는데, 이들 간에는 약간의 문젯거리가 있다. 여기에서 '약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드라마틱한 사건, 즉 우리 모두가 충분히 공감할 만한(혹은 겪을 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가족의 한 시즌을 담담하게 담았을 뿐인데, 보는 이들은 과거를 추억하고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그려보는 등 서로 다른 생각에 휩싸일 것이다. 사춘기에 겪을 법한 외모와 연애 고민, 힘든 결혼생활과 자녀 및 부모를 돌봐야 하는 중년의 현실, 생의 끝자락에 놓인 노년기의 삶까지. 각 시기에 놓인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은 잠들어 있던 우리의 기억을 흔들어 깨운다.


이 가족의 일상을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업과 결혼생활 모두 실패한 아빠, 결혼생활의 파투 직전인 고모는 할아버지를 돌보기는커녕 유산 때문에 실랑이를 벌인다. 자존심 강한 옥주는 이혼해 나간 엄마와 만나기를 꺼리고 쌍꺼풀 수술비 마련을 위해 아빠가 판매하는 운동화를 빼돌려 판다. 씁쓸하기 그지없는 가족의 풍경이다. 순수하고 밝은 동주만이 이들 가정에 활력과 온기를 불어넣는 (아직은)행복한 인물이다.


누나 옥주에게 "배 안 고파? 라면 끓여줄까?"라고 말하는 동주의 말. 가슴뭉클한 명대사다!


<남매의 여름밤>은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겉보기에 화려하지 않지만 친숙한 재료들이 어우러져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담백한 한 끼 식사와 같다. 타인이 해준 집밥처럼 익숙하지만 가끔씩 기억나는 그런 작품이다.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연말이다. 올해의 빛나는 영화를 찾고 있다면 <남매의 여름밤>을 추천한다. 타인과의 접촉이 적었던 올해였기에 이 영화가 전하는 공감 효과가 더 깊이 가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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