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언택트>, 언택트 시대의 로맨스

코로나19로 인해 타인과의 접촉이 줄어든 시기인지라 많은 이들이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본성이 억압당한 지금. 금기를 깨부수려는 우리의 욕망은 더 강해지고 있다. 언택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콘택트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미디어 산업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재는 잔잔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범인류적인 것들이다. 언제나 인기를 끌어왔던 소재인 사랑도 뜨겁고 자극적인 것이 아닌 사사롭지만 묵직한 감동을 주는 분위기가 사랑 받고있다.


김지운 감독의 단편 <언택트>는 시의적절한 공개뿐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의 공감을 자극해 호평을 얻었다. 물론 삼성전자 제품 홍보의 기획에 의해 제작된 작품이지만 작의가 크게 드러나지 않아, 시청에 불편함이 없다. 갤럭시 S20과 갤럭시 노트20의 8K로 촬영된 <언택트>를 통해, 삼성전자는 그들의 스마트폰 카메라의 강점을 어필하고 김 감독은 '훌륭한 감독은 장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언택트>는 코로나19 시대의 국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모습들을 온전히 담아내 공감 포인트를 자극한다. 프랑스 유학 중 시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3년 만에 귀국한 '성현'(김주헌)과 그의 옛 연인 '수진'(김고은)의 재회 과정을 담는다. 해외 입국자인 성현은 2주 간 자가격리 중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수진의 브이로그를 찾아본다. 실시간 스트리밍에 참가해 수진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간 채팅(질문)을 활용한다.



수진은 성현과의 추억이 깃든 곳에 혼캠(혼자 캠핑)을 가고 성현은 수진과 함께 찍은 사진, 기념품을 보관하는 등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들의 애틋한 마음을 지켜보는 과정이 설렘을 자극한다.


사실 <언택트>가 특별한 내러티브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꿈을 위해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한 연인의 재회를 그린 것이 전부다. 하지만 현 시대 상황을 십분 반영한 점, 비슷한 경험을 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극하는 점, 몽글몽글한 감성을 건드린 점이 인상적이다.



언택트 시대로 멀어지는 이들도 많지만 성현과 수진 커플처럼 만남의 기회로 전환된 케이스도 있다. 일정한 관계의 거리를 두었을 때 타인의 소중함을 비로소 깨달은 성현의 감정은 지금의 대다수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비단 연인이 아니라도 먼 거리에 사는 친구를 선뜻 만나자고 제안하기 조심스러운 시기. 그래서 그들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하루 속히 타인과의 만남이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집에서 볼 만한 영화를 찾고 있다면 <언택트>도 리스트에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김고은의 팬이라면 놓치지 마시길! 그녀의 자연스러운 브이로그 연기가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남매의 여름밤>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