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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영화 <감독 미카엘 하네케>

진실을 마주하는 것에 집중하는 감독, 미카엘 하네케

<감독 미카엘 하네케>는 <아무르>, <하얀 리본>, <피아니스트>로 칸영화제의 사랑을 받은 이 시대 최고의 감독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 촬영 현장과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영화다. 평소 미카엘 하네케의 팬이라면, 혹은 논쟁거리가 되는 그의 영화에 담긴 철학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환영받을만한 작품이다.



미카엘 하네케는 '진실'을 강조하는 감독이다. 그의 작품들의 기저에는 폭력이 있다. 이는 불편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모든 인간에게 내재된 성질이다. 하지만 다수의 관객은 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기를 꺼린다. 그래서 대개의 상업영화는 현실을 미화함으로써 관객을 초현실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반면 미카엘 하네케가 제작하는 영화들은 상업영화의 규칙을 거스른다. 관객에게 직설적인 현실을 보여주고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든다. "저는 모든 영화에서 진실에 접근하려 했습니다. 실현이 되고 안 되고는 문제가 되지 않았죠. 저는 항상 관객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상대를 중요하게 생각하면 불편한 사실도 말할 수 있어요."라는 도입부의 인터뷰가 이를 설명한다.


나는 미카엘 하네케를 <아무르(2012)>를 통해 알게 됐다. 육체의 한계에 이른 노부부의 삶을 다룬 영화로, 애틋한 사랑과 동시에 잔혹한 폭력을 다룬다. 이 작품에서의 폭력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 쓰인다. 꽤 현실적인,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죽음을 다뤄 마음을 사로잡았던 영화. 나는 아직도 <아무르>를 베스트 작품으로 꼽고 있다.



<아무르>에 매료돼 감독의 또 다른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아무르>가 꽤 낭만적인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퍼니 게임(1997)>은 소름 끼칠만큼 잔혹했고 <7번째 대륙(1989)>과 <하얀 리본(2009)>은 보는 내내 먹먹하고 착잡한 기분에 휩싸였다. <피아니스트(2001)>와 <히든(2005)>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움과 부조리를 느끼게 해준 작품들이다.



미카엘 하네케는 인간의 이중성(욕망)을 끌어모아 우리의 민낯을 보게 만든다. 특히 <하얀 리본>과 <피아니스트>, <히든>에서의 이상과 폭력의 괴리는 현실의 부조리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목사의 폭력, 피아니스트의 변태적인 성향, TV 프로그램 진행자의 망상과 폭력에서 인간의 이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영화 속에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평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미디어에서 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장면들이다. 이를 통해 진실을 반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감독의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감독의 영화를 불편하게 느끼기도 한다.


한편 현장에서 배우와 호흡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계속 배우들과 함께하고 매우 활동적이에요.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일을 만들어내요. 유일한 방법이 아닌 건 맞지만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영향을 주고받는 게 훨씬 좋아요."라고 고백했다.


그는 배우를 양성하기 위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예술계에 몸을 담글 때는 누군가를 매우 존경하고 흉내 내려는 동기가 있지만 결국은 실패해요. 각자 자기만의 강점과 약점을 찾아내고 개성으로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학생을 가르치는 건 정체성과 원하는 바를 찾아주는 과정이에요. 이런 과정에 도움이 되는 게 선생이 지향하는 최고의 목표라고 생각해요."라고 선생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실의 고통을 보여주는 미카엘 하네케는 그것에 맞서는 것을 즐기는 인물일까. 아니다. '무엇 때문에 고통의 경험을 표현하는 것에 빠지게 됐나'라는 질문에 "나는 고통이 매우 두려워요. 육체적 고통이 가장 두려워요.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는 것도 괴롭죠. 완벽하게 같지는 않아도 정신적으로는 더 힘들어요. 모든 사람의 가장 큰 두려움일 거예요."



진실(고통) 이상으로 사랑을 중요하게 여기는 감독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고통 속에서 존엄성을 찾으려면 사랑과 연민이 있어야 해요. 그게 가장 어려워요. 사랑은 어려운 것이잖아요.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죠."라는 엔딩의 고백이 여운을 남긴다.


영화에는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이자벨 위페르, 엠마누엘 리바, 장 루이 트린티냥, 줄리엣 비노쉬 등의 인터뷰도 담겨 있어 흥미롭다.


이처럼 <감독 미카엘 하네케>는 감독의 작품들과 연출 의도, 탄생 과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급진적이고 열정적인 미카엘 하네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시청을 권한다.



[명대사]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려고 세상의 어려움과 불규칙을 다듬을 필요는 없어요. 진정한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진지함과 두려움을 마주했을 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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