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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리뷰

체중은 줄여도 정체성을 잃지 말기를

새해를 앞두고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왜' 하려고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다수가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속 주인공과 비슷한 답을 할 것이라 예상한다.



대만영화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는 105킬로그램의 '장잉주안'이 생애 첫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실행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엄마가 운영하는 유치원에서 영양사로 근무 중인 장잉주안은 아이들에게 '공룡 선생님'이라 놀림 받기 일쑤다. 엄마의 구박은 일상이고 이웃과 동네 아이들마저 모멸감을 준다. 더 심각한 것은 성추행을 당하고 날달걀세례를 맞아도 비난 받는 쪽은 피해자인 장잉주안의 몫이라는 점이다. 서른 살 생일을 맞은 날, 엄마가 건넨 다이어트 프로그램 통해 혹독한 운동과 식이 조절에 나선다. 과연 체중 감량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장잉주안이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 것은 타의에 의해서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 엄마의 강요에 못 이겨 반강제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노력을 해도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10킬로그램을 감량한 것에 집중하지 않고 1킬로그램 증가한 것만 지적하는 다이어트 강사는 "당신은 여전히 뚱보입니다."라는 험한 말을 하며 값비싼 약, 위험한 수술을 영업하기 일쑤. 아이들의 놀림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같은 경험과 고민을 가진 택배청년과 남다른 취향을 가진 모범생과 가까워지면서 동병상련을 느끼고 서로 의지하게 된다. 장잉주안을 포함한 세 사람은 사회적 편견에 눌려 정체성을 잃은 집단이다.



결국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는 타인의 관심과 애정을 받기 위해 자기 고유의 욕망을 억누를 수밖에 없는 이들의 위로를 담은 영화인 것이다. 특히 여자 옷을 입는 모범생의 모습에서 정체성에 대한 작품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택배청년의 "사회를 바꾸는 것은 어려워. 자기를 바꾸는 것이 낫지."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생각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다이어트가 절실하거나 그렇지 않은 쪽. 다이어트가 절실한 관객은 장잉주안에게서 공감과 위로를 받을 것이고 반대쪽은 그녀의 주변인 편에 설 것이다. 물론 과체중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이어트에 대한 결심이 자의에 의하지 않는다면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오히려 '정신적 허기'에 시달려 폭식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


다이어트는 힘들다. 목표 체중에 도달해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하는, 마치 끝나지 않는 마라톤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력을 요한다. 어떤 일이든 장기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붙들어야 한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의지가 없다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는 다이어트의 고충을 앓고 있는 주인공을 통해 사회적 편견을 대하는 자세를 성찰하게 만든다. 타인의 마음을 사기 위해 고유의 정체성과 행복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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