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우리들
제목을 접하는 순간 '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영화다. 주인공 진아(공승연)는 누구보다 혼자가 편하다. 홀로 살아가는 그녀는 직장에서도 혼자 점심을 먹고 타인과 거의 접촉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개인주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엄마가 돌아가셨고, 오래 전 바람 나 집을 나갔던 아버지가 2년 전 돌아왔지만 껄끄러운 사이다. 친한 친구나 연락하는 사람조차 없다. 눈과 입, 귀를 여는 순간은 일할 때와 미디어를 시청할 때 뿐이다.
단조롭고 지루하기만 하던 그녀의 일상에 몇 가지 균열이 발생한다. 엄마의 죽음 이후 유산 문제 때문에 연락이 잦아진 아버지, 옆집 남자의 사망 소식을 접한 것, 직장에서는 신입사원 교육을 떠맡게 되면서부터다. 이 사건들 때문에 감정이 없는 로봇 같던 진아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1인 가구의 일상을 면밀하게 그린다. 진아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으며 그녀와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혼자가 편한 사람들이라면 그녀의 삶을 전혀 이상하다고 여기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완전히 혼자일 수 없다.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영화에는 진아 뿐만 아니라 여러 명의 혼족들이 등장한다. 외로운 이들 투성이다. 심지어 업무적으로 진아를 괴롭히는 이들도 사실상 외로워서 가여운 존재들이다.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옆집 남자의 죽음이다. '너무 외로웠기에' 삶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은 진아는 비로소 자신 역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혼자가 편한 것처럼 보였던 그녀도 각종 미디어 속 인간들에게 의존하며 살아왔음을 자각한다. 그러면서 주변에 관심을 갖고 소통에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서툴지만 멋진 한 발을 내디딘 그녀는 방 안의 커튼을 걷고 창으로 들어온 햇살을 받아들인다. 음울하기 그지없던 일상의 변화를 예고하는 장면이다.
이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은 만연화 된 1인 가구의 현실을 조명하는 동시에 결코 혼자일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일깨워준다. 현대인들의 다친 마음을 위로하는 동시에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나은 방법인지를 넌지시 던져준다. 우리가 웃고 울 수 있는 이유는 타인과의 접촉에서 비롯된다. 사람이 사람 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