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신작 '인트로덕션'은 흑백 영화로 3부로 나뉘어 전개된다. 각 장은 영호(신석호)가 아버지, 연인, 어머니를 찾아가는 여정을 관조한다.
1부에서 영호는 한의사 아버지의 부름으로 한의원을 찾지만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한다. 바쁘다는 핑계를 둘러대는 아버지는 아들과의 만남을 망설이는 듯도 하다. 그 사이 영호는 환자로 찾은 대배우(기주봉)와 마주치고 어릴적 짝사랑했던 간호사(예지원)와 짧은 대화를 나눈다.
2부 속 영호는 베를린으로 향한다. 연인 주원(박미소)를 보기 위해서다. 패션 공부를 위해 베를린에 체류하기로 결정한 주원은 어머니(서영화)의 옛 친구(김민희) 집에 머물게 된다. 주원은 엄마 친구와의 첫만남과 신세지게 된 상황에 머쓱함을 느낀다.
3부. 한국으로 돌아온 영호는 어머니(조윤희)의 부름으로 강릉의 횟집을 찾는다. 한의원에서 스쳤던 배우와 함께 있는 어머니. 그녀는 배우가 영호에게 따끔한 조언을 해주길 바란다.
제목에 걸맞게 각 시퀀스에는 한 사람이 다른 두 사람을 소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동시에 영호와 오랫동안 알아온 관계도 있다. 처음 소개받은 이들은 낯설고 어색한 기운을 감추지 못한다. 반면 영호는 3부 모두에서 오랜 인연들과 따뜻한 포옹을 한다. 정작 가장 가까워야 할 부모와는 데면데면하지만 말이다.
'인트로덕션' 속 청춘들은 새로운 사람 뿐 아니라 꿈과 사랑에 있어서도 낯설고 서투르다. 영호는 배우가, 주원은 패션을 향한 꿈이 있지만 부족하기 일쑤다. 뿐만 아니라 두 남녀의 사랑도 순수하다. 감독의 전작 제목인 '풀잎들(2017)'을 연상케 하는 인물들이다.
감독의 모든 작품들 중 가장 간결하다. 66분에 불과한 러닝타임, 색채를 걷어낸 화면, 의도적으로 축약하고 생략한 스토리가 증명한다. 그러나 영화의 전체를 곱씹어보면 인물 간의 관계와 사연을 짐작해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인트로덕션'은 시적(詩的)이다. 그래서 짜임새 있는 서사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불친절한 영화로 인식될 수 있다. 여백이 큰 만큼 생각의 여지를 주는 영화다.
엔딩 크레딧에서 김민희가 스틸, 스크립터, 제작조수를 담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독은 '인트로덕션'을 통해 연출자로서의 김민희를 소개했다. 차기작 속 두 사람의 호흡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