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연애의 온도> 리뷰

연애의 온도값은 '0' 아닐까

열정적인 사랑의 온도는 어느 정도나 될까. 차갑게 식어버린 때의 온도는 얼마일까.


<연애의 온도>를 보노라면 연애를 시작하기 전부터 겁부터 난다. 이 영화는 달달한 로맨스보다 '이별'에 초점을 둔다. 주인공 '동희'와 '영'은 얼마 전 이별한 사내커플이다. 용케도 비밀연애를 해오던 둘은 헤어진 후 관계가 공공연해진다.


이별 후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는 두 사람. 서로의 사랑까지 의심하기에 이르고, 온갖 불편한 감정들은 이별증후군으로 드러난다. 서로를 '골탕먹이기'에 여념없는 둘의 엽기적인 행각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서로의 페이스북 비밀번호를 알아내 염탐하고 선물했던 것들을 고장내거나 더럽힌 후 착불택배를 부치는 장면은 찌질의 극치다. 나아가 과거의 데이트 비용을 빚이라며 갚으라는 장면은 입에 담기도 민망할 정도이다.



이 영화에서 감지할 수 있는 연애의 온도는 뜨거움과 차가움 둘 모두다. 헤어진 둘은 '쿨한 척' 연기하지만 끓어오르는 다양한 감정들을 뜨거운 눈물로 분출한다. 사랑의 열정보다 이별로 인한 고통이 더 뜨겁게 다가온다. 서로를 그리워하고 위하는 마음을 발견한 둘은 최선을 다해 연애에 재도전한다. 3%에 불과한 재회의 성공을 믿어보지만 '재이별'을 피하고자 살얼음판을 걷듯 불편한 연애를 하는 둘은 결국 헤어진다.


이렇듯 <연애의 온도>는 하이퍼 리얼리티 로맨스다. 할리우드 로맨스물이 그려내는 달달한 서사와는 달리, 3년 간 지긋지긋하게 '버텨온' 커플의 민낯 그대로를 그린다. 사랑의 3단 변화가 아닌 이별의 3단 변화를 그린 영화는 나와 당신, 우리 모두가 고개 끄덕일 만한 이야기로 보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연애가 끝난 후 둘은 '뜨겁지도 않았던 연애. 특별할 것도 없는 보통의 연애'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더 뜨거워질 상황이 없어 결혼이라는 새로운 관계에 접근하려 하지만 연애보다 더 힘든 게 동행 아닐까. 이를 입증하듯 <연애의 온도>에 등장하는 다양한 커플들이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한다.



작중 인물을 괴로우나 보는 이들은 피식 웃을 수밖에 없는 로맨스 블랙코미디물 <연애의 온도>. 뜨거웠다 식었다를 반복하는 연애 여정의 온도의 값은 '0'이 아닐까. 연애가 마냥 뜨겁고 달달하기만 한 건 아니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이터널스>, 휘발된 오락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