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리뷰

보통의 삶을 응원해!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것에 대해 '보통'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하지만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보통'에도 분명 '특별함'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주인공 스즈메는 스물셋에 결혼해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나마 특별하게 여기는 활동이 거북이밥을 주는 것이다. 출장 간 남편은 스즈메에게 전화할 때마다 '거북이 안부'만을 묻는다. 어중간하고 무료한 일상에서 무력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그녀는 친구 쿠자쿠에 대한 열등 의식도 갖고 있다. 스즈메의 시선에서 쿠자쿠는 뭘 해도 운이 좋은, '될 사람은 된다'는 말이 적합한 사람으로 보인다.

어느 날 스즈메는 특별한 사건에 직면한다. 장을 보고 귀가하던 중 계단에서 '스파이 모집 중'이라는 아주 작은 크기의 전단지를 발견한다. 특별할 것만 같은 스파이 단원이 되고자 결심한 스즈메는 스파이 교육을 받으러 간다. 하지만 웬걸. 스즈메에게 떨어진 특명은 '최대한 평범하게 살아갈 것'이었다. 스파이이기 때문에 타인의 눈에 띄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스파이들의 수행 과제인 것. 평범함에 누구보다 익숙했던 스즈메에게 이 임무는 특별한 것으로 인식이 전환된다. 빨래 너는 것, 음식 주문하는 것도 가능한 한 평범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웃지 못할 상황과 마주한 스즈메. 평범해지려 하니 오히려 작은 기적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웃지못할 헤프닝을 통해 우리는 평범한 일상이 주는 가치를 깨닫게 된다. 평범한, 심지어 지루하기까지 한 나날들 속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때로는 평범함 속에서 기적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스즈메가 동경하던 쿠자쿠의 삶이 밝혀지면서 평범함이 주는 진가는 더 밝게 빛난다. 쿠자쿠의 삶은 특별해보이는 이들의 삶이 보이는 것과 다를 수 있음을 일러준다.

토끼를 좇는 거북이는 결코 약하거나 열등한 존재가 아님을, 세상 모든 사람들도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잔잔하지만 묵직한 여운을 던지는 영화다. <텐텐>, <인스턴트 늪>, <오레 오레> 등 위트 넘치는 힐링 영화를 연출해 온 미키 사토시 감독의 처녀작으로, '평범해도 괜찮아, 언젠가는 빛을 볼거야'라며 보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