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파워 오브 도그> 리뷰, 우아한 복수극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는 1925년 미국 몬태나에서 대형 목장을 운영하는 '필'의 삶과 죽음을 다룬다. 필에게 세상은 야성으로 가득한 장소다. 감성과 이해보다 돌진하고 부딪쳐야 마땅한 시험대였다. 목장의 리더로서 강압적인 태도를 지키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간다.



반면 필과 함께 목장을 운영하는 동생 '조지'는 섬세함과 배려심 짙은 이타주의자다. 필에게 무안을 당한 '로즈'를 달래주던 조지는 로즈에게 연민 이상의 감정을 넘어 이성적 호감을 갖고 결혼까지 한다. 가족이 됐음에도 필은 로즈를 창부 취급한다.



오래 전 사별한 로즈에게는 외아들 '피터'가 있다. 피터는 깡마른 외모에 섬세하고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런 피터가 필의 마음에 들 리 없다. 모자를 쫓아내기 위해 괴롭히는 필 때문에 로즈는 알코올에 의존하며 광인이 되어간다. 비참한 인간이 되어가는 어머니를 두고 피터는 필과 가까워지는데, 이 의외의 전개에는 피터의 복수극이라는 반전이 숨겨져있다.



피터는 의사였던 친부의 영향으로 해부학에 능했고 의과대학에 입학한다. 복수를 위해 책을 탐독하고 실습을 병행하는 모습은 여느 의과생들과 다르지 않았기에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실체를 들키지 않고 조용히 필을 제거한 피터의 행각은 '완벽하고 우아한 살인'이다.


<파워 오브 도그>의 묘미는 마지막 5분에 집약돼 있다. 흩어져있던 파편들이 모여 완성된 퍼즐이 되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목격자 없는 살인사건은 뿌리박힌 남성 중심적 사고에 일침을 가한다. 흙먼지와 파리가 날리고 소똥과 동물의 사체가 널부러진 세계에서 상대적 약자 피터는 이빨을 드러내지 않고 강자를 제거했다. 특유의 언술과 능력으로 필을 제거한 피터의 모습은 전근대적 남성성에 대한 종언을 상징한다.


주목할 점은 누구보다 강해 보였던 필이 성적 소수자라는 것이다. 자신의 멘토였던 '브롱코 헨리'와의 추억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그 점이 드러나는데, 이를 통해 필 역시 시대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도입부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나는 엄마가 행복하기만을 바랐다."라는 피터의 내레이션이 이해된다. 고요하고 우아한 서스펜스의 걸작이다. 제목에 쓰인 '파워 오브 도그'는 성경(시편 22편 20절)에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필의 장례식이 끝난 뒤 피트가 이 구절을 읊조린다. "칼에 맞아 죽지 않게 이 목숨 건져 주시고, 저의 하나뿐인 소중한 것, 개의 아가리에서 빼내 주소서."


영화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탄생되었다. 소설이 출간됐던 1967년 당시에는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강력하고 사악한 캐릭터를 창조했다'는 극찬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넷플릭스의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이 말하다>에서 제인 캠피온 감독은 "우연히 읽어 봤는데 놀라웠고 마음에 쏙 들더군요. 계속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한동안 신경이 쓰이더군요. 여운이 남았거든요."라며 원작에 대한 감상과 제작 계기를 전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