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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임씨를 부탁해> 리뷰

가족의 개념과 부모 부양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85세 정말임(김영옥) 여사는 대구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자식의 도움 없이 꿋꿋하게 살아가려 하지만, 몸이 고장나고 만다. 외아들 종욱(김영민)이 방문하려던 날 계단에서 넘어져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겪는다. 이에 종욱은 요양보호사 미선(박성연)을 집에 들인다.



종욱은 엄마 걱정에 CCTV까지 들여 미선의 행동을 감시한다. 뭔가 꿍꿍이가 있어보이는 미선과 그를 의심하는 종욱. 명절날 말임씨네에 불쑥 방문한 종욱은 미선의 수상쩍은 행동을 통해 그 동안의 진실을 깨닫고 폭발한다.


4월 13일 개봉하는 <말임씨를 부탁해>는 초고령사회를 앞둔 지금, 숙고해야 할 문제들을 제시하는 영화다. 서울살이 중인 아들의 효자 코스프레와 요양보호사의 가족 코스프레 사이에서 갈등하는 정말임 여사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새기게 한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대개 혈연 관계를 뜻한다. 그러나 <말임씨를 부탁해>가 보는 시선은 다르다. 기존의 부모자식(가족) 관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가족을 대하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말임씨를 부탁해>는 '가족 같은 남, 남 같은 가족'이라는 주제로 고령화 시대의 현주소를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효도하고 싶지만 직장과 육아 문제로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만 하는 현실에 부딪힌 아들, 노인을 속임수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통해 씁쓸한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고령의 부모를 둔 이들이라면 모두가 고민해야 할 부양의 의무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모 부양이 고착화된 현 사회에 파격적인 제안을 던지는 것이 흥미롭다.



배우 김영옥은 <말임씨를 부탁해>를 통해 인생 첫 주연을 맡았다. 현실에 있을 법한 당찬 '할매니얼(할머니의 사투리인 할매와 밀레니얼 세대를 합성한 신조어)' 역을 맡아 공감을 선사한다. 그의 활약은 <미나리>로 한국배우 최초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인 최초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오영수 배우 등 나이를 잊은 대한민국 노장들의 행보에 힘을 보탠다. 아들 역을 맡은 김영민, 요양보호사 역의 박성연과의 맛깔 나는 연기 호흡이 빛난다.



제목 속 '말임씨'는 부모를 대변한다. '더 가족 같은 당신에게 부모를 부탁한다'는 의미를 담아 부모를 걱정하는 자식의 마음이 담겨있다. 착잡한 현실과 따스한 정이 어우러진 <말임씨를 부탁해>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 속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본 포스팅은 영화사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아 진행했으며, 시사회 참석 후 주관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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