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히치콕의 <새>

알프레드 히치콕은 <싸이코> 이후, 최초의 재난영화이자 현대기술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은 영화 <새>를 제작한다. 재난영화, 그리고 어느 정도의 공상이 가미된 영화라는 점에서 <새>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새>는 지금까지도 <싸이코>와 더불어 히치콕의 영화역사에 있어서 대중적인 작품에 속하며, 현재의 재난영화는 바로 <새>에서 기인되었다는 평가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새>에서 주목할 부분은 영화의 주인공이자 인물들을 조종하는 역할을하는 새들의 상징성이다. 히치콕은 <새>를 만들기 전에는 단 한 번도 서스펜스를 가져다주는 주 역할을 특정 대상에 맞추었던 적이 없었따. 특히 이것은 중기를 넘기면서부터, 뭐라 단정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공간에서부터 시작한 초자아의 형태를 띠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새>를 통해 히치콕은 그가 노리고 있던 인간의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의 상징을 조금 더 구체화 시켰다. 지금까지 히치콕 영화에서 인묻들이 상황이나 인간의 특성, 그리고 환경에 구애받았다면, <새>는 그것들의 복합물이라고 해도 좋을법한 추상적 상징을 가지고 있다.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면서도, 원인도 결과도 없이 그저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하는 새의 모습은 결국 인간에게는 공포 그 자체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새>에는 <이창>이나 <39계단>같은 영화들에서 곧잘 등장하던 유머가 존재하지 않는다.


<새>에서의 새 라는 소재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공포이고, 사람들은 새들의 공격을 받고 있으면서도 도저히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는 피해자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39 계단>의 스파이들이 낯설지 않은 모습으로 화면 속에 자주 등장하듯, <새>의 새떼들 또한 일상적인 것을 거슬러 올라가 평범하지만 극한의 위화감을 맛보게 한다. 새들의 습격은 기존에 살인마로 대표되던 공포를 자연과 결합시켜, 조금 더 고차원의 스릴감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