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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 4DX 관람 후기

아수라장 된 비행기 추락 경험하다

제목 '비상선언'은 재난 상황에 직면한 항공기가 더 이상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해 무조건적인 착륙을 요청하는 비상사태를 뜻하는 항공 용어다.


영화는 제목의 뜻을 알린 후 본론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이 많이 타는 노선을 물으며 수상한 낌새를 보이는 '진석'(임시완)을 노출시킨 후 테러 대상자들을 보여준다. 딸의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비행공포증을 감수한 '재혁'(이병헌), 재혁과 인연이 있는 듯 보이는 부기장 '현수'(김남길), 침착함을 잃지 않는 베테랑 사무장 '희진'(김소진), 휴가 차 친구들과 함께 비행에 오른 형사 팀장 '인호'(송강호)의 아내. 이들을 포함한 하와이행 KI501 항공편에 탑승한 수많은 승객들은 무작위로 선택된 생화학 테러의 타깃이 된다.


뚜렷한 목적지 없이 사람들이 많이 타는 노선을 묻는 진석


지상에서는 재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비행기 테러 영상을 접한 후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인호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온몸으로 사건 해결에 뛰어든다. 그에게는 형사로서의 사명 뿐만 아니라 아내를 구해야만 하는 명분이 있다. 국민들을 지키려는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 청와대 직원 '태수'(박해준)의 활약은 기내 상황과 교차하며 긴장감을 선사한다.


재난을 막아야만 하는 인호


<비상선언>은 기존의 항공 재난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결을 보인다. 예측하지 못한 재난 앞에 놓인 인간 군상을 조명하며 한국 사회, 나아가 팬데믹 상황을 은유한 점이 인상적이다. 실험실에 갇힌 쥐와 다를 바 없는 밀폐된 비행기 내 승객들의 상황은 아수라장 그 자체다.


아수라장이 된 기내 상황


최악의 상황을 맞아야 하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은 휴머니티를 부여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되짚어보게 만드는 장치다. 다만 이 지점부터 노골적인 신파적 감성이 짙어져 초중반까지 탄탄하게 쌓아 올린 영화의 힘을 상쇄시킨다.


제작 단계부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박소진, 박해준 등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출연으로 관심을 끌어냈던 영화. 안정적인 일상 연기로 극을 이끄는 송강호, 실제 경험해본 적 있는 공황장애의 심리 상태를 반영해 캐릭터를 구사한 이병헌의 열연이 돋보인다. 가장 눈에 띈 배우는 진석을 연기한 임시완이다. 모범생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보여준 섬뜩한 테러리스트의 얼굴은 극의 몰입감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해냈다.



<비상선언>의 미덕은 사상 초유의 항공재난 사태를 실감나게 연출한 점이다. 미국에서 폐비행기를 공수해 초대형 비행기를 제작해, 실제 비행기에 탑승한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생생한 영화적 체험을 원한다면 4DX SCREEN 관람을 추천한다. 비행기 세트를 360도 회전시켜 구현한 추락 장면, 미친듯이 덜컹거리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기내 상황을 체감하며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반드시 뚜껑 닫힌 음료를 들고 입장할 것. 그렇지 않으면 다 쏟아버릴 수 있다).


팬데믹을 상징화한 의미 있는 영화로 기억될 <비상선언>. 모두의 공감을 끌어낼 수밖에 없는 스토리와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연출력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러닝타임 140분. 쿠키 영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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