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삼부작 중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에 이은 두 번째 작품 ‘한산: 용의 출현’이 공개됐다. 이순신 장군의 지략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작품은 전작에 이어 2022년 여름 극장가의 대흥행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보다 5년 앞선 한산대첩을 그린다. 1592년 4월 13일, 임진왜란 발발 후 조선은 15일 만에 왜군에 한양을 빼앗기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왜군은 조선을 정복한 후 중국과 인도까지 손에 쥐려는 계획을 세운다. 연이은 전쟁의 패배와 선조마저 파천해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조선을 구하기 위해 새로운 전술을 고민하여 출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앞선 전투에서 손상을 입은 거북선의 출정이 어려워지고, 왜군에게 거북선의 도면까지 도난당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한산대첩은 연승의 기세에 힘입어 한산도 앞바다까지 진출하려는 왜군의 행보를 막기 위한 이순신의 지략과 패기가 엿보이는 해전이다. 1592년 음력 7월 8일에 펼쳐진 조선의 운명을 건 지상 최고의 전쟁이다.
‘한산: 용의 출현’은 나라 간이 아닌 '의(義)와 불의(不義)의 싸움'이라는 임진왜란의 정체성과 지장 이순신의 고뇌, 거북선의 첫 등장과 함께 학익진 전술을 통한 한산대첩 승리의 쾌감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명료한 캐릭터와 주제, 스펙터클한 해전의 짜릿함까지 담아 ‘명량’때보다 한 단계 진보했음을 느낄 수 있다. 왜군과 조선군 양측이 첩자를 보내 적군의 상황을 파악하고 전술을 바꿔 대처하는 과정이 촘촘히 그린 전반부와 화려한 스케일의 해전을 보여주는 후반부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적군인 와키자카의 시점에서 서술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왜군의 상황은 파악이 가능하지만 조선군의 전술은 알아채기 힘들다. 와키자카가 조선의 작전, 거북선을 파악한 상태로 참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이순신의 패는 최후의 순간까지 보여주지 않는 설정이 인상적이다. 이로 인해 결과를 알고 보는 역사극임에도 궁금증을 안고 지켜보게 된다. 그래서일까. 이순신의 전략이 공개되고 왜군을 격파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는 배가될 수밖에 없다.
김한민 감독은 스크린 위에 압도적인 한산대첩의 승리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해전 러닝타임이 무려 51분에 달하지만 지루할 틈 없는 속도감과 긴장감으로 관객을 역사 속으로 끌어들인다. 꽉 막힌 가슴까지 시원하게 트이게 만드는 해전 장면은 ‘한산: 용의 출현’을 꼭 봐야만 하는 이유이다.
부제 '용의 출현'에 걸맞게 거북선의 등장과 활약 장면 역시 묵직한 감동과 전율을 선사한다. 이순신에 대한 존경심과 애국심을 품게 된다.
영화의 울림과 쾌감을 높여 준 포인트 중 하나는 배우들의 연기. 박해일은 젊은 이순신을 연기해 진정한 리더의 자질과 패기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불 같은 이순신을 그린 ‘명량’과는 달리 진중함과 침묵이 돋보이는 캐릭터로, 우직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와키자카로 변신한 변요한, 항왜군사 준사의 김성규, 와키자카와 대립하는 장수 가토 역의 김성균, 수군향도 어영담 역의 안성기, 전략가 원균 손현주, 충실한 장수 이억기 역의 공명, 거북선을 설계한 나대용 역의 박지환, 첩자 정보름 역의 김향기, 탐망꾼 임준영의 옥택연이 빈틈없는 연기로 역사극의 무게에 힘을 싣는다.
백미인 해전 장면의 쾌감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4DX SCREEN으로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시청각 뿐만 아니라 오감을 깨우는 효과는 현장감을 체험하기에 최적의 포맷이다. 특히 SCREEN X로 확장된 화면은 해전의 스케일을 확연히 느끼게 만든다.
이순신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노량: 죽음의 바다’는 2023년 개봉 예정이다. 명량해전의 용장(용렬한 장수), 한산해전의 지장(지혜로운 장수)에 이은 노량해전 속 현장(현명한 장수)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