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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연과 상상> 리뷰

우연으로 점철된 현실에서 기적을 발견하는 묘미

<우연과 상상>은 우연의 만남에서 시작된 세 개의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 영화다.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문은 열어둔 채로', '다시 한 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마구치 유스케 감독이 집필한 단편 소설을 영화화했다.



첫 번째 이야기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의 '메이코'는 귀갓길 택시 안에서 절친 '츠구미'의 연애담을 듣는다. 츠구미의 썸남이 2년 전 헤어진 전 연인 '카즈아키'라는 것을 직감한 메이코. 다짜고짜 카즈아키를 찾아간 메이코는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은 친구와 썸을 타는 남자가, 전 연인임을 알게 된 여자의 상황을 그린 로맨스다. 절친한 친구와 자신이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안 메이코의 마음은 복잡하다. 메이코는 상상해본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지, 숨기는 게 맞을지.



두 번째 이야기 '문은 열어둔 채로'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깐깐한 교수 '세가와'에게 낙제 당한 남학생이 복수를 위해 섹스 파트너이자 늦깎이 대학생 '나오'에게 교수를 유혹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된다. 동의한 나오는 교수의 연구실로 찾아가 교수의 소설 일부를 낭독한다. 낭독하는 글은 야릇하고 음흉하다.



흥미로운 점은 교수는 외설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목처럼)문은 열어둔다는 것이다. 여자가 문을 닫았지만 다시 연다. 문을 닫고 교수를 유혹하려던 여자의 함정에서 빠져나와 되레 감동적인 말로 여자에게 희망을 전한 교수. 그러나 반전이 있다. 교수의 남다른 결함과 최후의 결말.


'문은 열어둔 채로'는 기묘한 분위기로 몰입도를 높인다. 어떠한 편견에도 휘둘리기 싫어하는, 청렴하게 살아가던 교수가 단 한 번의 아찔한 우연(실수)으로 인생이 뒤바뀌는 상황은 안타깝고도 허무하다.



세 번째 이야기 '다시 한 번'은 '나츠코'가 우연히 옛 동창 '아야'와 마주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나츠코와 아야는 매우 반갑게 인사를 나누지만, 사실 둘은 생판 본 적 없는 사이다. 그럼에도 각자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쩌면 완벽한 타인이기에 솔직하게 속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게 아닐까.



'다시 한 번'은 <우연과 상상>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가장 충실하게 담은 에피소드다. 우연히 만난 두 여자가 소통의 단계를 거쳐 가상을 실재화하면서 벌어지는 기적을 그린다. 사소한 우연이 큰 감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로 행복 바이러스를 전한다.


<우연과 상상> 속 세 에피소드는 색이 다르지만 우연을 통해 비극을 마주하고 상상을 통해 아름다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일관된 주제를 갖고 있다. 감독은 차가운 현실에서 행복한 상상이 큰 위안과 기쁨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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