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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리뷰

지금까지 우리의 길은 아름다웠다. 조금 아쉬웠다.

"연애는 살아 있는 거라서 유통기한이 있어. 그 기한을 지나면 무승부를 바라며 그저 공을 패스만 하는 상태가 돼."


사랑엔 유통기한이 있다고들 말한다. 이미 시들었다 할지라도 사랑했던 시간들은 분명 꽃다발 같이 아름다웠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길은 아름다웠다. 조금 아쉬웠다."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나는 옛 사랑과의 추억들이 있다. 그와의 사랑은 정리가 되었을지언정 행복하고 달콤해서 잊히지 않는, 혹은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추억들. 슬퍼할 겨를도 없이 행복에 겨워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세상이 그와 나만의 존재하는 공간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속 주인공들처럼 비슷한 취향과 생각을 갖고 있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통하고 설렜던 연인도 있었다.



스물 한 살의 대학생 '무기'(스다 마사키)와 '키누'(아리무라 카스미)는 지하철 막차를 놓치는 바람에 첫차를 기다리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좋아하는 책과 음악, 영화, 그리고 신고 있던 운동화까지 똑같을 정도로 취향이 꼭 닮은 둘은 서로에게 급속도로 호감을 느낀다. 키누는 '전철을 탄다'라는 말을 '전철 속에서 흔들린다'라고 표현하는 무기를 사랑하고, 무기는 가위바위보에서 보자기가 바위를 이기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껴왔던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키누를 사랑한다.


이렇게 시작된 사랑은 한동안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진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업무에 시달리면서 소원해지기 시작한다. 취미를 공유하는 시간도, 스킨십의 횟수도 줄어든다. 현실과 꿈의 괴리만큼 둘의 사이도 멀어진다. "내 인생의 목표는 키누와 현상 유지하는 거야."라고 말하던 무기가 무척이나 미웠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급속도로 사랑에 빠진 무기와 키누의 5년 간의 연애를 담담하게 그렸다. 키누가 구독하는 블로거가 남긴 '만남은 항상 이별을 내재하고 있고 연애는 파티처럼 언젠가는 끝난다. 시작이란 건 끝의 시작'이라는 글은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낭만 가득했던 대학생 커플이 사회인이 된 후, 현실의 벽 앞에서 감정이 무뎌지는 과정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스토리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지난 사랑의 추억이 불쑥 머리를 내밀었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제목만큼이나 마음을 간질인다. 연애 시작 전 설레는 감정부터, 행복에 취한 연애 단계, 이별을 고민하는 순간까지도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심장을 움켜쥐게 만든다.


화려하게 핀 꽃다발도 시들어버리게 마련이지만, 함께 걸어온 사랑의 시간은 분명 아름다웠다고 말하는 이 영화. 좋은 대사와 공감 포인트가 많아 보는 내내 행복했다.


명대사


키누: (무기의 집에 첫 방문한 다음 날 아침 집에 들러) 아무 말도 하지 마. 내 감정을 덮지 마. 아직 어젯밤의 여운 속에 있고 싶단 말야.


키누: (무기의 집에서) 뭔가가 시작될 듯한 예감에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드라이어 소리가 덮어주었다.


무기: 좋아하는지 아닌지가 못 보는 동안 생각나는 시간의 길이로 정해진다면 확실히 난 좋아한다.


키누: (꽃 이름을 알려달라는 무기에게) 여자가 꽃 이름을 알려주면 남자는 평생 그 꽃을 볼 때마다 그 여자 생각을 하게 된대.


무기의 친구: 일단 이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부스럼처럼 막 떼어내고 싶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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