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시오페아' 리뷰

몰입도 끌어올린 서현진 연기!

'카시오페아'는 알츠하이머라는 흔한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서현진의 눈부신 연기를 볼 수 있는 값진 영화다.

많은 작품에서 알츠하이머, 치매를 활용하는 이유는 꽤 흔한 병이기 때문이다. 의학의 발달로 환자 수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치매로 고통받는 가정이 많다. 당사자보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하기 때문에 무서운 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진(서현진)은 젊은 사람들이 겪는 초로기 치매에 걸린다. 변호사, 엄마, 딸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던 그의 삶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아빠 인우(안성기)는 기억을 잃어가고 어린 아이처럼 변해가는 딸을 지키기 위해 동거를 시작한다.

영화는 아빠와 딸의 힘겨운 동행은 물론 치매 환자와 가족이 처한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 먹먹한 감정을 안긴다. 일반인들이라면 모를 현실적인 문제의 조명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같은 상황에 직면한다면 어떨지 생각할 거리를 선사한다.

한순간에 변해버린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인우의 마음은 얼마나 착잡할까. 수진은 사랑하는 딸까지 잊는 것이 가장 두렵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 눈물을 펑펑 쏟으며 인우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가슴이 쓰라릴 만큼 고통스럽다.

이처럼 '카시오페아'는 치매를 소재로 부성애와 모성애 각각의 감정을 보여준다. 여기에 치매에 걸린 엄마를 향한 딸의 뜨거운 사랑도 담아 감동을 배가 시킨다. 평소엔 절대 울지 않는 '타이거 맘(Tiger Mom)'이었던 엄마가 모든 기억을 잃어가는 상황을 이해하고 품으려는 지나(주예림)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이 영화를 리뷰하면서 서현진의 열연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냉철한 변호사, 혹독하지만 따듯한 모성애, 치매 환자까지. 다양한 역할을 빈틈없이 소화한 서현진은 극의 몰입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초점을 잃고 멍한 표정을 짓는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모든 걸 잃어가는 수진을 지키려는 인우,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지나를 사랑하는 수진, 떨어져 있지만 수진을 사랑해서 이해하려는 지나. 이들 가족의 마음은 하늘에서 항상 수진을 비추는 카시오페아와 같다.

엔딩에 흘러나오는 지나의 독백이 참 아름답다. 되새기면 눈물이 고일 만큼 감동적이다. 아로새기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비가 오면 엄마가 운다고 했어. 엄마는 아무한테도 우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거든. 빗줄기가 강해지면 엄마는 더 많이 울거야. 잘 울지를 않으니까. 울 기회가 생기면 많이 울거야. 엄마는 내 앞에서는 울었으면 좋겠어. 내가 엄마를 가려줄 수 있으니까. 실컷 울고 나면 힘이 나니까. 힘들면 울고, 노래를 불러. 내가 엄마 옆에 있을게. 노래를 불러. 노래를 불러서 나를 찾아와 엄마."